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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에 드러난 제주 섬 검은 바위와 나눈 대화
제주 출신 시각예술가 제인 진 카이젠, 거스톤 손딩 퀑 2인전
아트스페이스씨 10월 12~11월 10일 '달의 당김' 연작 6점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10.11. 14:32:26

제주 아트스페이스·씨에서 열리는 제주 출신 시각예술가 제인 진 카이젠과 거스톤 손딩 퀑의 '달의 당김' 연작전. 사진=아트스페이스·씨 제공

라이트 박스에 포착한 풍경… 자연과 교감해온 겸허함 경험
10월 22일엔 '달의 당김'과 공명하는 현기영 산문 낭독회


몇 해 전 어느 날, 그들의 발길은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안에 다다랐다. 거기에서 그들은 썰물에 드러난 현무암 위 얕은 물(조수웅덩이)과 마주했다. 달의 당김과 밀어냄으로 일어나는 밀물과 썰물은 화산섬 제주가 걸어온 길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리게 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거주하는 시각예술가인 제인 진 카이젠과 거스톤 손딩 퀑. 제주시 중앙로에 있는 아트스페이스·씨에서 2013년과 2017년 각각 개인전을 열었던 이들로 제인 진 카이젠은 제주가 고향이다. 두 사람이 제주자연과 공조하며 얻은 작품들로 이달 12일부터 아트스페이스·씨에서 2인전을 갖는다.

이들이 작업한 '달의 당김' 연작 6점은 나무로 된 조명 상자에 담겼다. 제주사람들이 숱한 염원이 투영됐을 자연의 빛나는 빛깔을 포착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었다. 화면 안에는 두 사람이 해변에서 발견한 사물들, 여러 해 동안 제주와 인연을 맺으며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들이 직관적으로 배치됐다. 제기 그릇에 놓인 감귤, 동전, 명실, 해조류 등으로 이 같은 이미지들은 우리와 함께하는 풍경을 되새겨보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짧은 썰물의 순간에 나타나는 풍경을 붙잡는 작업은 두 작가에게 오랜 기다림을 요구했고 이는 그들을 겸허하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제인 진 카이젠은 아트스페이스·씨 안혜경 대표와 나눈 영상 인터뷰에서 "해녀와 심방들이 자연과 교감해왔던 겸허한 접근"을 언급하면서 "인간도 자연이나 자연 환경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풍경과 대화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제인 진 카이젠은 앞서 제주 4·3과 해녀 관련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예술 창작의 근원을 찾아가는 작업을 이어왔다. 2019년 제주와 해외에서 작업한 '이별의 공동체'는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작이었다. 이 작품은 지난 7월 29~9월 26일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도 선보였다.

전시는 11월 10일까지(일·월요일 휴관). 이달 22일 오후 4시30분에는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는 산문집에 실린 '잠녀의 일생'을 현기영 작가의 육성으로 듣는 시간을 갖는다. '잠녀의 일생'은 '달의 당김'과 공명하는 현기영의 산문으로 "바다의 밀물과 썰물 사이가 잠녀의 일생"이라는 대목과 함께 "저 큰 바다의 축소판"인 "깅이통"(조수웅덩이)이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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