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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한라칼럼]시련이 닥치고 나서야…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입력 : 2020. 10.13. 00:00:00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엄습한다.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 지난 1월 코로나19의 습격 이후 계절은 이처럼 바뀌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 하고 살아야 하는 일상이다. 지난 봄에도 그랬다. 겨우내 움츠린 꽃망울이 활짝 펴도 봄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 봄은 황망히 지나갔다. 여름인가 했더니 어느새 가을의 한가운데로 들어섰지만 마스크 너머로 보는 풍경은 스산하기만하다.

그 풍경에서 '세한도'(歲寒圖)의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는 제주 유배시절에 그린 그림이다. 추사가 1844년 제주에서의 유배생활에 도움을 준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그려 보냈다.

'세한'은 '추운 계절이 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는 논어의 자한(子罕)에서 유래했다. 세상 이치가 다 그렇듯 시련을 겪어봐야 그 진면목, 소중함이 드러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비단 인간 관계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자연도 그렇다.

코로나19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생태학자들은 곤충과 동물의 서식환경의 변화로 감염병 발생은 더욱 잦아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현재와 미래는 어쩔 수 없이 감염병과 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다. 자연의 경고를 무시하고 무분별한 개발이 지속되는 한 피할 수 없다.

이젠 비대면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세상이다. 마스크를 쓴 채 이제껏 없었던 추석을 맞이하고 보니 이전의 소소한 일상이 그리워진다. 감염병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호흡할 수 있었던 시절이 그 언제였나 싶다.

그러한 시절이 그립다. 비로소 마스크 없이 지내던 일상, 마음껏 누리던 자연의 소중함이 와닿는다. 날씨가 추워지고 나서야 소나무, 잣나무가 푸르게 남아있음을 아는 것처럼.

마침 국보 제180호 세한도는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품에 영원히 안겼다. 개인 소장자인 손창근 씨가 아무런 조건 없이 기증한 것이다.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세한도를 내놓는데 어찌 고민이 없었을까.

그 의미를 기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11월 세한도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특별전시를 열어 공개할 계획이다.

특별전에서 상영을 위해 최근 세한도와 관련된 제주 몇몇 곳에서 영상을 담았다. 추석 연휴 기자의 지인에게서 세한도 특별전을 위해 한라산 촬영에 대한 도움 요청이 있어,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협조아래 찍을 수 있었다. 제주 산악인들이 동행을 해서 어렵사리 찍었다.

특별전은 진품 세한도를 볼 수 있는 더없는 기회다. 그렇지만 코로나19로 관람 기회는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 제주도민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올해 중앙박물관 전시에 이어 내년에는 세한도의 고장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전시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추사의 제주 유배와 세한도를 생각한다면 전시가 성사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19로 혼란과 고통을 겪는 시대에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 <이윤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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