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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의 하루를 시작하며] 오키나와의 눈물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입력 : 2019. 06.26. 00:00:00

1945년 태평양 전쟁 막바지 오키나와에서는 치열한 지상전이 벌어지고 20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다. 군인, 군속은 물론 많은 수의 민간인들이 함께 희생되었다. 이에 오키나와 전투가 끝난 6월 23일이면 각자의 방식으로 추념행사가 진행된다.

지난 일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키나와 평화 기념공원에는 우산을 든 채 꽃과 제물을 각명비 앞에 올리는 이들이 있다. 달랑 이름 하나 적혀 있는 각명비이지만 술을 뿌리고 쓰다듬으며 가신 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한국인 희생자분들의 이름이 새겨진 각명비 앞으로도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키나와 전투 당시 희생된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을 위해서다. 행사의 주최는 일본 시민모임이다. 이들은 희생자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그분들의 가족을 찾아주는 일도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국인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식이 진행되었다. 미군 헌병대의 호위를 받으며 미군 관계자들이 헌화를 하고 추도사를 한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 사령관은 미국과 일본의 협력을 강조하며 평화와 자유를 기원한다는 말로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12시가 되어 본 행사장에서 오키나와 전몰자 추도식이 거행되었다. 아베총리는 물론 내각 각료들이 함께했다. 첫 추도식사에서 오키나와현의회 의장 신자토 요네키치는 아베 정부의 내각들이 영토분쟁을 야기하며 평화를 위협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전쟁의 위험을 강조하였다. 또한,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화 교육과 전쟁의 참화를 알리는 노력을 지속할 것을 당부하였다.

이후 평화선언을 위해 나선 오키나와현 다마키 데니 지사 역시 그동안 미군기지로 인해 야기된 각종 사건사고와 문제 등을 언급하며 미군지지 확대를 반대하는 현민들의 의견을 존중해 달라고 했다. 또한 남북의 평화구축 움직임에 찬사를 보내며 평화 실현을 위해서는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사의 이런 발언들이 나올 때마다 추도식에 모인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지지의사를 보냈다.

하지만, 아베총리의 발언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전쟁을 반대하는 반전 피켓이 펼쳐지고 식장 곳곳에서 야유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아베총리 역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기원한다는 메지시를 던졌지만 막연한 평화를 향한 발언 앞에서 어느 누구의 호응도 없었다. 그 흔한 형식적인 박수조차 나오지 않은 채 발언은 끝나고 행사는 마무리 되었다.

내 앞에 서서 아베 총리의 발언마다 "거짓말!"이라고 외치던 60대 어르신은 오키나와의 최남단 헤노코 미군기지를 반대하고 있었다. 오키나와인들의 기억에 새겨진 전쟁의 참혹함은 이런 작은 섬의 어민들을 반전운동가로 만들고 있었다. 이전에 히로시마에서 만난 80대 원폭피해자 할머니 역시 반전집회 참석을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나선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정치 경제적 위상을 위해 끊임없이 전쟁의 불씨를 만들면서도 그들의 입에선 거침없이 평화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전쟁은 가해국 피해국 모두 힘없는 국민들에겐 지옥일 뿐이다. 전쟁은 망각하는 순간 다가온다. 막연한 구호로서의 평화가 아닌 진짜 평화를 위해 깨어있는 시민의 눈으로 지켜보며 견제해야만 한다. <조미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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