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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철의 목요담론] 추사 김정희, 위작 논란을 보면서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입력 : 2018. 09.13. 00:00:00

원로 미술사학자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이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올 4월 출간 한 '추사 김정희'에 실린 적지 않은 추사작품을 위작이라 비판하였다. 유홍준 교수가 자신의 베스트셀러였던 '완당평전'의 오류를 바로잡아 다시 선보인 책이 위작 논란에 휘말렸으니, 진위를 불문하고 파장을 일으킬만하다.

예술품의 위작에 관한 논란은 동서를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든 늘 있어 왔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일수록 작품을 찾는 수요자가 많고 작품도 귀해진다. 시장원리에 따라 작품이 귀해질수록 당연히 금전적 가치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예술품이 돈이 되는 세상이니 나날이 위작수법도 교묘해져,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세간에 "추사 작품만큼이나 위작이 많은 작품도 없다"는 말이 떠돈다. 감정가들의 얘기로는 절반 이상이 위작일 것이라고도 한다. 추사의 유명세가 위작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유명 예술작품이 진위 논란에 휘말려 감정(鑑定)을 통해서도 명쾌하게 진위를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법의 판결에 맡겨져 작품과 작가의 품격이 실추된 채로 종지부를 찍는 경우도 있다. 결국 법적 판결은 무미한 결과로 뒷전에 밀리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의혹만 증폭시켜 진위자체가 미궁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위작에 대한 시비도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 1991년에 시작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사건이 유명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복제 전시하는 자신의 작품을 보고 의심이 가자, 원작 확인 후 위작이라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천 화백은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미술관 측과의 진위다툼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어, 활동 중단을 선언한 후 미국으로 떠나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2015년 천 화백이 타국에서 세상을 떠나면서, 이듬해 다시 위작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프랑스 뤼미에르 감정팀은 '미인도'를 위작이라 발표하였고, 유족의 고소로 수사한 검찰은 진품이라 결론을 내렸다. 천경자의 '미인도' 사건은 27년이 지나는 지금도 유족과 미술관 사이에 진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위작을 구분하는 방법은 작품의 분위기를 파악하여 안목으로 감정하는 방법, 작품의 이력 등을 확인하는 방법, 작품에 쓰인 재료를 비파괴검사나 탄소측정을 통해 연대 측정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러나 서예작품은 그림과 달리 문자에 제한하다보니, 서체구성과 기운 생동한 필획의 특성을 모르고서는 감정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학서기(學書期)부터 완숙기(完熟期)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시대별 변화 경향을 분석해 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작가 완숙기 작품의 작풍만을 기준해 감정한다면, 오판 위험성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처절한 삶 속에서 특별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추사의 작품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기야 오늘날 왕희지를 서성(書聖)의 자리에 있게 한 명작 '난정서'도 진작이 없고, 역대 명가의 모본이 진본을 대신하고 있다. 모작이 왕희지를 대신하고 있는 세상이라고, 위작의 문제가 대수롭지 않을 수는 없다. 혹여나 작품이 귀하다고 해서 위작을 진작으로 오판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위작은 거짓을 진실로 위장한 사기이며 범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번 '추사 김정희' 위작 논란을 보면서 박물관, 미술관, 연구소, 대학, 개인 소장자에 이르기까지, 추사 작품의 진위 문제가 좀 더 진지하게 접근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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