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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수형인 관련 재심 결정.. '역사적 재판' 시작되나
제주법원, 군사재판 재심 청구 개시 결정
재판기록 없는 재심 개시 전국 첫 사례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입력 : 2018. 09.03. 15:25:25

지난해 4월 19일 4·3수형생존인들을 대신해 변호인이 제주지방법원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한라일보DB

'폭도'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4·3 수형인들이 70년만에 정식 재판을 다시 받을 수 있게 됐다. 법원이 제주4·3 당시 군사재판 피해자 18명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향후 4·3수형 피해자들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4·3수형인 18명에 대한 내란실행죄와 국방경비법 위반죄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심을 신청한 생존자는 양근방(86)씨 등 18명에 이른다.

 재판은 지난해 4월 19일 4·3수형인들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4·3당시 진행된 군사재판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법원은 수차례 심리를 갖고 이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검토해 왔다. 특히 재판 기록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전국 최초의 재심 청구 사건이기도 했다.

 당시 재판에 대한 판결문과 공소사실이 존재하지 않으며 남아있는 관련 자료는 수형인명부가 유일한 상황이었지만 점차 '군법회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추가문서들이 잇달아 증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수형인들은 범죄경력증명서에 나온 수감기관 명과 지역이 수형인명부와 일치하고 있으며, 생존자 진술을 통해 당시의 구속과 재판의 위법성이 인정되는 만큼 재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4·3 당시 군법회의가 일제의 계엄령 등에 따라 재심청구인들에 대해 적용된 죄목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당시 실제 제주도에 군법회의가 설치·운영됐던 것은 사실로 판단된다"며 "그 실체적 정당성이나 절차적 적법성 여부를 떠나 당시 재심청구인들의 형벌법규 위반 여부 및 그 처우에 관한 사법기관의 판단이 있었고, 그에 따라 재심청구인들이 교도소에 구금됐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심청구인들에 대한 불법구금 내지 가혹행위는 제헌헌법 및 옛 형사소송법의 인신구석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서 옛 형법이 정한 특별공무원직권남용죄 등에 해당되므로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관련 기록이 부족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기록멸실 등의 사유로 재심개시 결정 이후 번안 심리가 사실상 곤란한 경우라 할지라도 현행 형사소송법상 공소사실의 특정과 그에 대한 입증은 검사가 해야 한다"며 "법원으로서는 재심개시의 요건이 충족된 이상 재심개시의 결정을 하고 그에 따른 본안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4·3 수형 생존자들은 1948년 12월 이른바 '제주도 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에서 구형법의 내란죄 위반으로, 1949년 7월의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의 적에 대한 구원통신연락죄, 이적죄 위반으로 각 1년부터 20년까지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

 재심 청구 당시 4·3도민연대는 "재심청구는 단순히 재판을 다시 해달라는 의례적인 법적인 절차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4·3수형 희생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법적인 정의와 4·3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국민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역사적 사명감으로 재심청구서를 제출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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