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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건강한 제주](8)보행로 확보 선결돼야
‘안전’ 사각지대… 도로로 내몰리는 아이들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17. 07.20. 00:00:00

인도 없는 초등교 33곳… 학생들 이동권 위험
제주도-교육청간 부지 확보 합의점 도출 난제
어린이들 "안전한 통학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주도교육청이 학생 비만율을 잡기 위해 올해 등·하굣길 걷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도내 초등학교의 1/3 수준이 인도가 없는 실정으로 정작 아이들의 등·하굣길은 위험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 자치경찰단이 현장점검을 벌여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일방통행이나 도로 확장에 따른 인도 개설은 어렵기만 하다. 학교 부지를 내놓거나 토지 매입비 등이 문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청은 학교 부지를 이용한 인도 개설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제주도는 부지 매입에 어려움을 토로하며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양보없는 행정과 교육계의 힘겨루기 속에 아이들은 여전히 위험한 도로로 내몰리고 있다.



▶인도 없어 도로로 내몰리는 아이들=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어린이들의 비만에 대한 위기감을 감지, 올해 새학기부터 야심차게 '함께 걸어요! 건강한 학교가는 길'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혼디 걸으멍 Wa(와, Walk) Ba(바, Bab)'의 이름으로 아침 밥을 먹고 등굣길 1㎞를 걸어서 다니자는 내용이다. 도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2019년까지 학생들이 1주일에 3일 이상, 1㎞ 이상을 걷는 실천율을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보행자인 어린이들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 채 수년째 제주도와 교육청간의 생산성 없는 줄다리기를 하는 형세다. 제주도는 인도를 만들기 위해 학교 부지 일부를 내놓으라고 하고, 교육청은 부지를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내 초등학교 112곳 가운데 33곳은 인도가 없거나 시설을 계획하고 있더라도 공간이 협소해 사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보류하며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보행로가 없는 스쿨존이 허다해 아이들이 도로로 내몰리며 안전사고 발생의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19일 제주도와 교육청에 따르면 보행자도로가 없는 학교는 제주시 20곳과 서귀포시 13곳에 이른다. 대부분 도로폭이 좁아 보행자 도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방통행 지정이나 교통안전시설물 설치 불가지역이 16곳에 이른다.

현장 취재에 나선 지난 17일 오라초를 확인한 결과, 통학로는 매우 열악했다. 정문 앞 일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3/4 가량이 인도가 없다. 남쪽 정문 외에는 모두가 학교를 경계로 도로이며, 일부는 최근 들어선 다세대 주택 등으로 인해 차량 한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구조다.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차량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이동하는 모습이 여러차례 목격됐다.

김수환(13) 어린이는 "인도가 없는 곳에서 최근 2학년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며 "교통안전시설(안전봉)이 있지만 폭이 1m 밖에 되지 않아 대부분 아이들이 도로를 이용하고 있어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행선' 걷는 제주자치도와 도교육청=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 제주도교육청, 자치경찰단은 '혼디 걸으멍 Wa Ba' 추진에 따라 지난 4월 26일 어린이 통학안전 확보를 위한 학교별 실정에 맞는 실질적 안전대책 수립 차원에서 합동점검을 벌였다. 초등학교 통학로 안전 위해 유형에 포함되는 41곳(제주시 23·서귀포시 18) 가운데 완료한 5곳과 도서지역 3곳을 제외한 33곳을 점검했다. 그 결과 일방통행(11곳), 도로환경 개선(13곳), 시설보강(9곳)이 필요한 상태다.

검토의견 가운데 오라초 등 5개교는 블록단위 일방통행이 필요해 학교와 학교운영위원회, 행정시에서 지역주민과 상인들을 대상으로 협의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폭이 좁아 일방통행 차로 1곳 이외의 나머지 도로부분을 보행로로 만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차량 통행 불편이나 상가 운영상에 문제가 발생해 일방통행 추진이 쉽지 않다.

또한 인도가 필요한 도평초는 도로 경계측량 후에 도로 확장과 인도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8시 도평초를 찾았다. 정문에는 출근길에 오른 차량들과 학생을 태운 학부모들의 차로 북적였다. 학교 서쪽에는 다세대주택이 모여있지만 인도는 고사하고 갓길도 없어 전부 자가용을 이용하는지 사람들이 걸어나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박채윤(11) 어린이는 "인도가 없어 좁은 갓길에 차가 세워져 있으면 차도 위를 걸어야 해서 무섭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한 학생은 "지난해 11월 아침 등굣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어깨를 다쳤다"며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통학로가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화북초 등 7개교에 대해서는 차선규제봉 등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 올해 안으로 시설개선을 완료할 계획이다. 제주서초의 경우는 용담2동주민센터에서 주·정차 단속 CC(폐쇄회로)TV를 설치, 제주시로 관리를 전환할 예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최근 설립한 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 학교가 주택밀집 지역에 위치해 도로폭이 4~8m 이하로 도로환경 개선이 불가한 경우가 많다"며 "학교 담장 내측 부지를 활용해 인도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택부지나 토지 매입에 따른 예산 확보도 큰 문제라고 전했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백금탁·홍희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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