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버이날의 의미.“때늦은 후회”그럼에도“더 늦기 전날”
2018-05-02 14:42
노인장애인복지과 문원영 (Homepage : http://)

원본 이미지 크기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 노인장애인복지과 문원영

서귀포 출장을 갔다가 “보목동”에서 점심을 먹어야 했다. 큰 기대 없이“같은 거 주세요”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주변 경치를 살폈다. 살랑거리는 바다물결 싱그런 초록 화초 들, 쨍한 햇살! 벌써 여름이 느껴지는 날이다. “자리물회”를 한입에 넣고 보니 고소하고 부드런 생선살과 차가운 국물, 뼈가 어찌나 부드럽던지 2그릇을 뚝딱 비웠다. “식사를 통 못하시던 시어머니께 뭘 해드려야 하나 민하다가 자리물회 만들었다. 그 국물을 맛나게 드시고 몇일 후 돌아가셨다”하시던 시어머님의 추억의 음식인지라 한 그릇 포장해 달라고 했다. 식당주인이 “제주시 가는 동안 상해서 안 된다. 맛도 고”라며 거절하신다. 차라리 주말에 한번 모시고 나들이 오라는 동료들의 말에 “주말엔 아이들 학원 픽업에.....”등등 변명꺼리들이 줄줄 나온다.
아뿔싸 부모님과 다 같이 교외 나들이 갔다 온 게 일 년도 더 전에 일이다. 참 그러고 보니 어버이날이 코앞 이다. 어른 형제 식구들과 카톡으로 가족외식”일정을 잡았다. 휴 한숨 쉬고 나니 아이들 스캐줄에는 예민하면서, 늘 바쁘단 핑계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가 한심하고 부끄러워졌다.

불효부모(不孝父母)면 사후회(死後悔) 부모에게 불효 하면 돌아가신 뒤 때늦은 후회가 찾아온다던가.
“어떤 사람은 수레를 끌고 장사를 하여 부모를 섬길 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갑작스런 부모의 사망으로 부모에 대한 보은의 기회를 잃는 경우도 있다. 주요한 문제는 부모에 대한 보은의 감정이 흔히는 부모가 사망한 이후에야 고개를 든다는 사실이다.” 청나라 학자 강유위 가르침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100년 전 중국학자에게도, 오늘의 나처럼 늘 살기 바빠서, 애들 키우느라 부모님 챙기는 일은 뒤로 미뤄도 미안하지 않을 것 같았나 보다.

친정어머니께서는 지금도“잡채”를 안드신다. 40년전 먹고 살기도 어려운 시절 외할머니께서 위암으로 통 식사를 못하시고 “잡채 한접시만 먹어봤음”한마디 . 당시 생활이 팍팍했던 딸은 “한달만 있음 제사가 있으니 그때 꼭 만들어 드릴께요”란 약속을 했으나, 끝내 지킬 수가 없으셨다. “잡채 한그릇이 뭐라고, 죄송해서, 목에 걸리네”라고 지금도 말씀하신다.
나에게 먼 훗날 어머니와 추억할 수 있는 음식? 장소는? 생각이 잘 안난다. 슬프게도 손녀인 내가 바로 그 어머니와 비슷한 후회를 하고 있다.

5월 8일 어버이날이 있는 달력에 턱하니 버티고 있는 이유는 하루만이라도 핑계대지 말고, 아무리 무뚝뚝한 사람이라도, 어색하지 않게 자식도리 하라고 마련해준 날인 듯 싶다.

이번 어버이날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몇년 전 돌아가신 아버님께는 효도할 수 없어 “때늦은 후회를 하게 하는 날”이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님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할 수 “더 늦기 전날” 이다.

No 제목 이름 날짜
3113 고사리 꺾을 땐 함께가요  ×1 ×1 양희진 04-06
3112 일회용품 없는 제주, 미래 세대를 위한 약속  ×1 ×1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2학년 고민희 04-06
3111 어른들은 주차장을 만들겠죠  ×1 ×1 비밀글 홍라원 04-05
3110 한라산탐방로 쓰레기종류  ×1 ×1 김용훈 04-04
3109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이제는 행동할 때!  ×1 임승현 04-02
3108 나무심기, 기후변화 대응의 시작  ×1 김은지 04-01
3107 코로나19로 늘어난 환경오염의 주범, 플라스틱 폐기물은 누구의 책임인가   ×1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김민지 03-30
3106 미래를 위한 작은 실천_플로깅을 통한 환경 정화 활동  ×1 ×1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 현민희 03-27
3105 비양도습지생태학교에 초대합니다.   ×1 생태교육허브물새알 03-25
3104 (기고) 자연장(自然葬)을 선호하는 이유  ×1 ×1 김성봉 03-24
3103 제주 도내 방치 렌터카 현재 상황은?  ×1 ×1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4학년 서행환 03-23
3102 산불 등 부주의 화재는 예방이 최우선  ×1 ×1 남원119센터 소방교 오성룡 03-23
3101 강력한 지도자  ×1 ×1 문석부 03-22
3100 농업용수 스마트하게 관리해야  ×1 고기봉 03-21
3099 인명을 구하는 비상구신고포상제  ×1 ×1 동부소방서 정용택 03-21
3098 장난으로 시작하는 학교폭력 이제 그만!!  ×1 서귀포경찰서 경위 이세희 03-18
3097 (기고)감귤원 간벌과 품질관리가 중요하다  ×1 ×1 강준형 03-17
3096 제주 횡단보도, 안전하십니까?  ×1 김승화 03-16
3095 외도동 새마을협의회   ×2 외도동새마을협의회 03-14
3094 제주유나이티드FC 12번째 선수는 제주도민  ×1 서귀포시체육회장 김태문 03-14
3093 서귀포중앙교회, 애쓰는 의료진, 보건담당자 격려물품 후원  ×1 서귀포중앙교회 03-11
3092 4560꽃중년 공익활동 배움터 신청하세요!  ×1 김현주(제주공익활동지원센터) 03-08
3091 긴급차 전용번호판 통과시스템  ×1 고기봉 03-07
3090 우리는 모두 '모범운전자', '안전운전자' 인가?  ×1 오재환 03-06
3089 한림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방역활동  ×2 임철종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