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는 형사다
2018-03-06 17:31
고홍일 (Homepage : http://)

원본 이미지 크기입니다.
나는 형사다

10년 전 제주서부경찰서 개서일, 나는 팀 동료 세 명과 함께 첫 형사당직의 테이프를 끊었다. 사무실 고사를 지내고 나서 뜬눈으로 기도하며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성이 통했는지 강력사건 신고전화 한통 없이 무사히 근무를 마쳤다. 그 다음날인가 변사사건이 터져버린다.
지금은 지역경찰에 나와 있어도 지난 10년 가까운 형사생활은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추억이다. 지금은 퇴임했지만 열정밖에 몰랐던 선배로부터 형사 업무를 배웠다. 오직 주민의 안전과 평안을 위해 몸을 바치리라는 사명과 보람이 충만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수갑을 항상 허리에 차고 다니며 강력범을 수 없이 마주하고 검거했다. 실제로 말 잘 듣던 수갑이 고장 나 애를 먹었던 적도 있다.
당시 강력사건 중 해결하지 못한 사건 하나가 있다. ‘09년도 제주시 애월읍 한 도로가 배수로에서 사체로 발견된 유치원 여교사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어느덧 세월이 흘렀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나왔던 그것처럼 범인을 잡고 싶어 눈물이 났던 그 사건. 꿈에도 나를 괴롭혔던 그 미제 건은 해가 가도 반드시 해결하고픈 갈망을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게 한다.
20대 초반이었던 한 청년. 25건의 상습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된 후 여죄수사를 위한 교도소에서의 조우는 나를 감회에 젖게 만들었다. 살이 통통한 건강한 얼굴로 ‘감사합니다’라고 함박 웃으며 절하는 것이 아닌가. 교도소 보냈다는 미안함보다 착실한 수감생활을 통해 새 출발을 다짐하는 그 친구의 모습에 가슴 뿌듯함마저 느꼈다. 사비 10만원을 털어 빵과 우유를 넣어주고 교도소 문을 나서는 순간 가슴 깊은 데서 말 못할 뜨거움이 확 올라왔다. 작은 회한이랄까.
그 외 후일담은 책 한권을 엮고도 남으리라.
그 동안 나아졌다고는 하나 형사의 처우가 아직은 열악하다. 고생하는 만큼 알아주지 않는 부서 중 하나다. 모든 경찰이 그러하듯 24시간이 대기근무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애초 퇴근이란 개념이 없는 것이다.
우리 형사 우리 경찰은 늘 사기를 먹고 살며 목숨을 담보로 주민과 함께 한다. 주민의 작은 관심과 격려는 그들을 춤추게 한다.
경찰 입문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한...그 사이 피할 수 없었던 몇 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어느덧 10년이 지났고 또 다시 10년이 흐르려 한다. 나는 지금도 ‘고형사’라고 불리길 원하다. 제일 기분이 좋을뿐더러 그게 내 계급이고 내 이름이다. 그리고 언젠간 그리운 나의 집, 형사계로 돌아갈 것이다. 나를 기다리는 동료, 나를 기다리는 불의와 기꺼이 마주하러 갈 것이다. 수갑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나는 형사다

(제주서부경찰서 한경파출소 고홍일)

*수고 많으십니다^^
졸필이지만 칼럼형식의 투고는 안되겠는지요...

No 제목 이름 날짜
2807 물로 넘쳐나는 길 홍예림 12-13
2806 어린이공원 조민경 12-13
2805 재활용이 안되는 플라스틱이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1 김효지 12-13
2804 제주, 교통문제를 줄이기 위한 노력  ×1 강동호 12-12
2803 제주 환경보전 기여금 제도를 아시나요?  ×1 강서현 12-11
2802 올바른 공직생활로 가는 지름길 나로부터의 청렴  ×1 ×1 홍은지 12-10
2801 미세먼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1 최유라 12-09
2800 우리 마을 버스의 버스 크기를 늘려주세요  ×2 오윤정 12-09
2799 우리 일상 속 버스 정류장  ×2 강서영 12-09
2798 우리 마을의 버스 크기를 늘려주세요  ×1 오윤정 12-09
2797 코로나19, 페마스크의 발생에 따른 환경오염 해결 방안  ×1 부소연 12-08
2796 제주도를 지키기 위한 환경보호 운동이 필요합니다.  ×1 이소민 12-08
2795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1 고동훈 12-08
2794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량 늘어나  ×1 백지원(제주대학교 행정학과 2학년) 12-08
2793 기고.  ×1 고기봉 12-07
2792 (기고)극심해지는 지구온난화, 우리의 생활습관 성찰 및 고안  ×1 강향기나 12-04
2791 도민들의 무관심 속에 사라져가는 제주 용천수  ×1 이창석 12-03
2790 쓰레기 분리수거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 절실  ×1 허예진 12-03
2789 업사이클링, 환경 프로그램으로 개발해보자  ×1 김유미 12-02
2788 친환경=석유의 감소  ×1 김선준 12-02
2787 "나 하나'쯤이야'" 가 아닌 "나 하나'부터'"  ×1 ×1 양준호 12-01
2786 코로나 19로 인한 환경오염, 무엇이 문제인가  ×1 강연지 11-30
2785 질병치료에 좋은 민간치료법~, 영어 쉽게 정복하는 법~ 유익한 11-30
2784 제주도농아복지관, 권익옹호교육 실시  ×1 제주도농아복지관 11-27
2783 [기고] 안전한 제주시 만들기, 우리 함께 해요  ×1 ×1 이호동 김건 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