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제자
2017-05-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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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일 (Homepage : 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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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청 환경정책과 고선일 몇 달 전 휴대폰에 뜻밖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초등학교 시절, 한 해 동안 담임을 맡으셨던 선생님께서 당시 내가 쓴 신문기고를 잘 읽었다며 반가움을 한껏 담아 보내주신 문자였다. 삼십 육칠 여 년간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한 죄스러움으로 직접 전화도 드리지 못하고 문자로 대신했다. 그러면서 올해 초등학교 동창 정기모임 때 선생님 초청을 제안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필 그 시기에 맞춰 며칠간 중요한 외부출장이 생겨서 정신없이 출장준비를 했고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간헐적으로 선생님을 떠올리면서도 아직까지도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했다. 이제 곧 스승의 날이다. 나에게는 또렷하진 않지만 잊혀지지 않는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있다. 어느 날 국어수업시간이었다. 아마 자신을 주제로 글쓰기를 하는 시간이었지 싶다. 선생님은 솔직하게 글을 쓰는 것이 글을 잘 쓰는 비결이라며 아이들을 격려했다. 내성적이면서 동시에 나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도 갖고 있던 나는 선생님의 지도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장차 미래의 내 꿈과 희망을 솔직하게 글로 옮겨 적었다. 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의 글쓰기가 끝난 것을 확인하고는 발표하고 싶은 사람은 손들어서 발표하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왜 선생님은 지목해서 발표하도록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하라고 하시나...’ 다소 원망스러웠다. 지목 받으면 잘하든 못하든 별 상관이 없을 텐데, 자발적으로 하면 잘해야 될 것 같은 부담감 때문이었다. 요란스러운 심장 고동을 뒤로 하고 오른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글을 읽어내려 가면서 차츰 평온해졌고, 오히려 미래의 내 꿈을 꼭 실현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했던 것 같다. 결국 어릴 적 꿈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꽤 오래도록 그 다짐을 실천하려고 노력을 했고, 한편으론 내게 어떤 목표의식을 갖게 하는 촉매제이기도 했다. 그 시절 애들에게 선생님의 말과 행동은 참이고 나침반이었다. 그러기에 기억속의 선생님들은 오십이 되어서도 존경스럽고 고마운 분들이다. 이번에는 꼭 선생님을 뵈러 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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