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세상-루저 미션(Loser Mission)
2016-09-21 15:54
최만섭 (Homepage : 블로그: http://blog.daum.net/essayistmschoi )

원본 이미지 보기
*승자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제도로는 개혁을 이룰수 없다. 패자를 배려하는 제도,'루저 미션(Loser Mission)'으로 새로운 세상을 추구할 것을 제안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세상-루저 미션(Loser Mission)

내 누이동생은 1970년대에 6년 개근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선천적으로 심신이 쇠약한 그녀가 학생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기 살기로 학교에 가는 것뿐이었다. 동생을 화나고 좌절하게 한 것은 1년 우등을 6년 개근보다 높게 평가하는 선생님과 학부형의 편파적인 태도였다. 6년을 개근한 학생에게 주는 상품의 가치가 1년 우등을 한 학생에게 수여하는 상품만 못할 뿐만 아니라 졸업식에 참석한 학부형들도 우등상을 탄 학생들에게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6년이란 긴 세월 동안 눈비가 오는 날이나 몸이 고장 난 날에도 단 하루도 빠짐없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책임감과 성실함에 대해서는 평가절하를 하면서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나는 ‘왜? 이 나라의 교육정책이 10%의 소수 우등생 집단에만 초점을 맞추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이는 극소수의 엘리트 사대부에 의해서 국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조선의 권력구조와 과거제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한다. 조선 초기, 중기에 양반 사대부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10% 정도로 추산된다. 중종 38년인 1543년에 조선 인구는 약 416만여 명이었다. 이 중 10%를 양반 사대부로 보면 41만여 명이 되는데 남자를 반으로 볼 경우 약 20만 명의 사대부가 있게 된다. 이들 중 16세 이상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숫자라고 가정학 때 약 10만여 명의 예비 정치가가 있게 된다. 이들을 수용할 만 그럴 뜻한 관직은 350여 자리에 지나지 않는 문관직 뿐이었다. 무관과 미관말직을 통틀어도 1,000여 자리를 넘지 않았다. 1 퍼센트의 소수 엘리트에게만 직업(정치)을 주고 나머지 99%는 어떤 일거리도 가질 수 없었던 비정상적인 사회구조와 경쟁체재가 조선 지배층인 사대부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은 치명적이었다.

조선 사대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행위 주체자로서의 일인칭이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그의 역작 부활의 남자 주인공 네흐류도프를 통해서 선(善)과 악(惡)에 대한 정의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선(善)이란 신심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신이 내리는 계시에 귀를 기울이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양심의 소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악(惡)이란 어떤 행동의 결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선(善)에 대한 의지없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네흘류도프가 선(善)과 악(惡)에 대한 그의 생각을 진지하게 설명할 때마다 주위의 귀족 친구들은 그를 마귀라고 조소하면서 미운 오리 취급을 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그는 마침내 모든 문제를 타인의 결정에 맡기는 타인 의존형 인간으로 변신하는 대신 친구들로부터 자신이 저지른 어떤 악행에 대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를 받았다.

톨스토이의 관점에서 보면 조국의 운명을 제삼자인 명(明)나라에 맡기고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때마다 그 모든 책임을 정적에게 떠넘긴 조선 사대부는 전형적인 타인 의존형 인간이자 죄인일 수밖에 없다. 만일 조선 사대부들이 일천 명의 승자와 더불어 구만 구천여 명의 패자가 공존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찾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사대부들은 행위의 주체자로 다시 태어나서 조선의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렇게 되었다면 사대부들은 조선을 송두리째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빼앗기는 뼈아픈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취업에 실패한 수많은 젊은이가 자괴감에 젖어 내뱉는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론’과 ‘노∽력’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우등생 위주의 그릇된 교육제도가 만든 적폐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으며 빨리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 나라의 참다운 교육은 사멸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사로잡힌다. '수저론'은 계급론이다. 부자 부모, 잘나가는 부모 덕에 풍족하게 자란 사람은 금수저, 반대의 경우는 흙수저라고 부른다. ‘노∽력’은 노력만으로는 수저 색깔을 바꾸기도 힘들고 직장다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다는 한탄이다. 현재의 교육과 사회제도는 금수저만을 위한 제도이다. 흙수저를 배려한 제도를 보완해 같다. 현재의 교육제도에 루저(Loser)를 배려한 제도를 다음과 같이 보완할 것을 제안한다.

* 루저(Loser)를 위한 교육과정
직업고등학교(VET:Vocational Education Training) : NCS 국가직무 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과정 이수(출석률 80% 이상자에게만 졸업 인정).
직업전문대학(PET:Professional Education Training)-직업고등학교 졸업자에게만 입학허용. NCS 국가직무 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과정 이수(출석률 80% 이상자에게만 졸업 인정).

공무원 및 국영기업체 모집인원의 50%는 현재대로 나머지 50%는 루저(Loser)를 위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로 그 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만이 피안(彼岸)에 이를 수 있다. 중학생에게 기존의 교육제도와 루저(Loser)를 배려한 제도를 충분히 이해시키고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 선택의 기준이 행복한 삶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부보다는 손재주를 타고난 학생에게는 기술(Technology)보다는 기능(Function)을 위주로 하는 루저(Loser)를 위한 교육과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진로’라는 교과목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조스터드웰은 그의 저서 ‘아시아의 힘’에서 세 가지 요소 때문에 동북아 국가들과 동남아 국가들의 운명이 갈렸다고 말한다. 그것은 토지개혁, 수출 중심의 제조업, 그리고 이 두 부문을 뒷받침하도록 긴밀하게 통제된 금융이다. 여기에 그 내용을 인용한다 .

‘토지개혁으로 소규모 가족농이 출현했다. 이들은 농촌의 생산성을 높여 산업화 초기 단계에 필요한 남은 생산물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초기 저급한 수준의 공산품을 생산하던 국내 기업들의 소비자가 되어 주었다. 사회적으로는 종래의 지주-소작농 간의 지배구조가 해체되었고, 국민 대부분이 평등한 기반 위에서 신분상승의 문이 열렸다. 국가는 금융지원과 새로운 농업기술의 보급을 통해 농민들의 자립기반을 다졌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초기와 맥아더 점령기에, 한국과 대만에서는 1940년대 말~50년대 초에 비교적 평화롭게, 중국에서는 100만~500만 명의 사망자를 수반하면서 토지개혁이 이루어졌다. 반면에 필리핀에서는 미국의 식민지였던 시절부터 시늉뿐인 토지개혁이 여러 번 되풀이 되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의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토지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은 이를 통해 형성된 경제적-사회적 토대를 기반으로 제조업 육성을 통한 산업화에 나섰다. 토지개혁을 통해서 농민들은 비로소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이는 국가발전으로 이어졌다.’

토지개혁은 가난하고 힘없는 소작 농민을 위한 루저 미션(Loser-Mission)이었다. 이를 무시한 조선은 망했고,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필리핀은 아직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만난 대다수의 사회적 약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 활성화 법과 노동법 개정에 전적으로 찬성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개혁이 실현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개혁 의지를 뒷받침해줄 만한 동력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너무나 잘 인식하고 때문이다. 야당은 이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실행되면 이 나라 경제가 살아나고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잘못하다가는 모처럼 잡은 집권기회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등은 현재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수성하기 위해서 개혁을 죽기 살기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더는 권익을 보호받아야 하는 사회적인 약자도 가난한 사람도 아니다.

영세상인, 하청부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등 실질적인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꾸어야만 한다. 나는 지난 4.13 총선 결과를 보고, 지금의 선거제도로는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다수 수도권 유권자들은 후보자는 더민주당에 정당은 국민의 당에 투표했다. 문제는 더민주당 후보나 국민의 당도 민주노총이나 공무원, 금융 노조 등 강력한 조직력을 가진 이익단체의 이익만을 대변할 뿐, 이익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사회 소위계층을 위한 개혁입법을 추진할 의지도 힘도 없다는 것이다.

선거제도는 사회적인 약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국가백년대계를 가름하는 중요한 정책의 입법에 관해서는 당리당략을 떠나 민의에 따라 투표하는 ‘교차투표제(Cross Voting)’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국회의원 후보자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중요 쟁점법안을 나열한 ‘교차투표 공약 표’에 쟁점법안 원안에 대한 찬반을 표기하여 후보 등록 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고 선관위는 이를 선거선전물과 같이 유권자에게 배송하면 될 것이다. 국회 개원과 동시에 ‘교차투표 공약 표’를 최우선으로 기명 표결하게 하고 만일 당선 후에 교차투표 공약을 위반한 경우에는 즉각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도록 법으로 정하는 것만이 이 나라 정치 현실에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다. 유권자는 후보자의 지역공약과 뿐만 아니라 국가 쟁점법안에 대한 견해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현재의 제도하에서는 아무리 유능한 사람을 국회로 보내도 중앙당의 당리당략에 꼭두가시로 전락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혹자는 정당은 같은 이념과 정책을 추구하는 정치적 모임이데, 이러한 제도의 취지를 퇴색 시킬 수 있다는 이의를 제기할 지도 모른다. 이것은 우등생적인 발상이다. 선조 대왕 이후 오늘날까지 이 나라 붕당의 역사를 단 한 번이라고 되새겨 본 사람들은 나라의 운명을 정당에 맡긴다는 발상 자체가 소가 웃을 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역으로 유권자가 ‘교차투표’에 대한 후보자의 공약을 면밀하게 살펴본 후에 국회의원을 선택하고 국회의원들이 민의에 따라 정당을 선택하도록 만들어야한다.

대한민국은 상위 5%가 지배하는 귀족국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민주노총이나 공무원 노조 등 막강한 조직력을 갖춘 이익집단이 좌지우지하는 노동조합 국가가 되어서도 안 된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반수가 넘는 영세자영업자, 비정규경직, 하청부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이들과 대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민주국가가 되어야만 한다. 나는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승자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제도와 시스템으로는 사회적 루저(Loser)의 민의를 반영할 수단과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루저 미션(Loser Mission)을 정강·정책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No 제목 이름 날짜
2706 영화 의 감상문 오지현 08-19
2705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과연 이 말이 옳은 것인가? 오지현 08-19
2704 사회적 재난과 상담사의 역할 그리고 지역 대학의 사명 송재홍 08-12
2703 수상레저 즐기는 문화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1 고기봉 08-11
2702 서귀포YWCA 달리는 건강 쿠킹버스 활용한 식생활개선 교육 시민대상 교육 진…  ×1 서귀포YWCA 08-05
2701 (기고) 제주 감귤의 명품을 기대하며 장애경 08-05
2700 은빛마을노인복지센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7월 주거위생개선 프로그램 실…  ×1 강윤아 07-31
2699 적선지가 필유여경  ×1 ×1 문석부 07-31
2698 불법주차홍보  ×1 ×1 비밀글 허기회 07-30
2697 서귀포YWCA ‘2020 환경의식 함양을 위한 환경리더교육’ 진행 서귀포YWCA 07-30
2696 (주)제이피엠 사랑의 헌혈봉사  ×1 (주) 제이피엠 07-22
2695 고위험시설 이용시  ×1 ×1 한봉석 07-22
2694 자연재해 철저한 대비로 안전한 여름을 보내자  ×1 한국전력 서귀포지사 김정웅 차장 07-21
2693 [기고] 항상 감사하면 사는 삶  ×1 ×1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07-21
2692 구좌읍이주여성가족지원센터, 토탈공예 “보석십자수” 비대면 자조활동 1…  ×1 구좌읍이주여성가족지원센터 07-20
2691 서귀포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직업교육훈련프로그램 개강  ×1 서귀포YWCA 07-17
2690 제주삼다수 Happ+ 나의 스토리북 만들기 “어떵살아져수과?” 성황리에 마쳐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 07-15
2689 기고)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인식변화와 관심신고로 막아내야  ×1 김문석 07-11
2688 서귀포YWCA ‘2020 환경의식 함양을 위한 환경리더교육’ 수료 서귀포YWCA 07-08
2687 강력해지는 가을 태풍 철저한 대비 필요  ×1 김태종 07-07
2686 교통사고 에방의 시작은 방향 지시등 켜기 생활화로  ×1 성산 07-07
2685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으로 이겨내요.  ×1 박소현(제주특별자치도 일자리과) 07-06
2684 파괴되어가는 섬마을 주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  ×1 비밀글 강길원 07-05
2683 정직한 판단, 올바른 행동의 잣대 ‘청렴’  ×1 ×1 대정읍 06-29
2682 기고(공무원이니까 청렴해야)  ×1 고영길 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