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이야기 물의도시 서귀포] (4)정방폭포 상류엔 무슨 일이(상)

[제주의 물이야기 물의도시 서귀포] (4)정방폭포 상류엔 무슨 일이(상)
서귀포 시민들과 애환 함께한 명소 도처에 즐비
  • 입력 : 2022. 07.11(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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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서귀포의 명소 정방폭포의 원류는 동홍천(정방천)이다. 최근 서귀포에서는 드물게 대형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서귀포 문화광장 조성사업이 시민회관 주변 동홍천 주변에서 추진되는 것도 흥미롭다. 제주시 동문통에도 산지천 문화광장이 있다. 동홍천은 서귀포 원도심 서쪽에 위치한 연외천(천지연폭포로 이어진다)과 쌍벽을 이룬다.

동홍천 고냉이소.

동홍천을 처음 답사한 것은 2003년 12월초의 일이다. 그로부터 훌쩍 세월을 건너뛰어 몇해 전 이 곳을 다시 찾아 하류에서 거슬러 올라갔다. 박원배(수자원), 고정군(식물), 김완병(조류), 강경민(사진작가) 등 지인들과 함께 한 답사였다. 답사는 전문가들과 함께하면 귀와 눈이 열리게 마련이다. 그 후에도 답사차 이 곳을 여러 차례 찾았다. 초행길이 아니어서 동홍천 줄기 전체의 과거, 현재 모습을 비교하면서 답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번 한라일보 물의도시 연재를 위해 이달 7일 강경민 작가와 동홍천을 다시 답사했다.

■인공수로에 물 공급한 '정모시'

정방폭포로 이어지는 동홍천의 발원지에 대해서는 정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2003년 한라일보 학술탐사팀이 동홍천을 탐사할 때에는 동홍천 발원지가 미악산(솔오름) 서북쪽에 위치한다. 당시 탐사에서는 동홍천 발원지가 효돈천과 불과 수백m 지근거리로 판단했다. 현재 동홍천 안내 표지판은 발원지와 관련해 서로 다른 설명을 달고 있어 혼란스럽다. 동홍천 산지물 인근 물놀이 야영장의 두개의 안내판에는 동홍천 발원지와 관련해 두 개의 서로 다른 설명을 달고 있다. 하나는 '동홍천이 한라산 백록샘(해발 1700m)과 방애오름샘(1600m)에서 발원하여 웅장한 규모의 서산벌른내와 산벌른내를 거쳐 솔오름을 끼고 서귀포시 도심을 가로질러 정방폭포로 이어져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다른 안내판에는 '동홍천은 길이 12.1㎞로 서귀포시 시가지를 관통하며, 솔오름 북쪽 한라산 사면에서 발원하여 정방폭포에 이르러 바다로 유입되는 하천'이라고 소개한다. 발원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동홍천은 정방천이라고도 불리며 지역주민들에게는 '애이리내' '애릿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애릿내에 대해서는 정확한 유래가 알려져 있지 않으나 하천 주변에 애기무덤과 골총이 있었다고 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하천의 하류이기에 '아랫내', '애릿내' 등으로 불려진다는 설도 있다.

물의 도시를 얘기하다 곁가지가 길어졌지만 물 좋기로 소문난 서귀포를 얘기할 때 동홍천도 빠지지 않는다. 서귀포 사람들이 어떻게 물을 이용하며 살아왔는지, 궁금즘을 풀어준다. 정모시, 고냉이소, 산지물, 가시머리물은 여전히 서귀포시민들이 사랑하는 쉼터이자 수원이다. 도심 복판에 이런 자원을 거느린 서귀포시민들은 단언코 복받은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담수욕장, 물레방아로 재단장

강문규 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이 서귀포를 '물의 도시'라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것은 동홍천 정방폭포 상류의 수자원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동홍천 하류 주변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이곳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지금도 이 곳에서 미역감던 유년시절을 얘기하며 물의 도시로서 서귀포의 복원을 주창한다.

정방폭포 상류 정모시쉼터. 강경민 사진작가

"지금은 옛 모습이 거의 사라졌지만 60~70년대까지만 해도 서귀포시 소남머리 서북쪽에서 구 서귀포시청 뒤쪽에 이르는 들판에는 논밭이 형성돼 있었다. 논밭을 배경으로 동서로 길게 늘어선 주택가 뒤쪽으로는 2~3m, 집 앞으로도 1m 남짓한 폭으로 사철 물이 흘러내렸다. 도내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정방천(동홍천)에서 시작된 이 물길은 서귀포 구 시가지의 동남쪽 일대를 한바퀴 감돌아 흐른 뒤 바다로 빠져 나갔다.(중략) 서귀포시 정방동 일대를 철철 흘러넘치던 물길은 적어도 조선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유적이다. 이를 재현해보자는 것이다."

그가 기억하는 그 물길의 원류는 동홍천 '정모시'이다. 조선시대 솔동산 서귀진성으로 도랑을 파 물을 대었던 그 물의 원류가 바로 이곳이다. 정방사 동쪽 동홍천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정방폭포의 원류가 바로 정모시. 정모시는 정방폭포의 상류에 있는 못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저기에서 산물이 용출한다.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서귀중 주변 ‘고냉이소’ 원형 남아

제주연구원 제주수자원연구센터에 따르면 제주 용천수는 해발고도 약 1600m의 한라산 고지대부터 해안마을까지 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지형·지질적인 특성으로 주로 해안에 집중돼 있다. 해안 사람들의 식수, 채소 씻기, 빨래, 목욕 등 주요한 생활용수로 이용되었다. 수량이 풍부한 용천수 주변에는 소주공장이나 전분공장이 들어서서 대량의 물을 이용한 산업이 가능했다.

용천수는 바닷일을 생업으로 하는 해녀와 어부에게도 요긴하게 쓰였다. 지금과 같이 탈의장 없던 때 해녀들은 물질이 끝나면 용천수로 간단히 몸을 헹구어 집으로 돌아갔으며, 어부들의 식수로도 유용하게 활용됐다.

제주수자원연구센터 박원배 센터장은 "제주의 상징적인 물 문화를 이루는 용천수는 행정의 높은 관심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으나, 도시화와 상수도 시설 보급 이후 용천수의 효용성이 낮아지면서 훼손과 소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아쉬워한다.

정방폭포 바로 위쪽 정모시 일대는 쉼터로 단장돼 있다. 이곳에는 성인 허리 높이의 담수욕장과 징검다리, 원두막 모양의 정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는 돌탁자, 소규모 물레방아 등이 조성돼 있어 많은 이들이 무더위를 피해 찾고 있다. 물레방아가 있는 소공원에는 작은 도랑을 만들어 정모시의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400여년 전 서귀진성으로 흘러가던 옛 인공수로의 현대판 모습인지도 모른다. 이중섭미술관에서 시작되는 서귀포시 작가의 산책길 코스에도 정모시공원이 포함돼 있다.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

'정모시' 조금 위에는 폭포를 거느린 커다란 소가 있다. '고냉이소'라 불리는 곳이다. 폭포 높이는 대략 5m쯤 되며, 그 아래 물웅덩이는 원통형으로 직경이 10m 남짓 된다. 폭우 때면 폭포수의 물줄기가 세차다. 주변 바위는 시루떡 모양의 판상절리가 발달돼 있다. 고냉이소 주변은 나무와 풀이 무성한 울창한 수림지대다. 고냉이소 서쪽에 서귀중학교가 위치해 있다. 고냉이소는 도심속 폭포가 있는 절경임에도 일반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천변 시민회관 문화광장 추진

고냉이소를 지나 일주도로를 건너면 하천은 하상정비와 복개로 원형을 잃었다. 물길도 거의 끊겼다. 서귀포시민회관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동홍천을 답사하다보면 제주시 도심을 관통하는 3대 하천인 산지천과 한천, 병문천을 떠올린다. 이 하천들도 여러 곳에서 하상정비와 복개로 원형을 잃었다. 하천의 두 얼굴을 보는 것과 같다.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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