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제주경찰 오인 체포 항소심서 뒤집혔다

'1심 무죄' 제주경찰 오인 체포 항소심서 뒤집혔다
56분간 수갑 채워놓고 기록 남기지 않은 경위
1심 "고의성 없어 보인다"며 무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의도적"… 자격정지 1년 선고유예
  • 입력 : 2022. 06.23(목) 11:29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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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56분 동안 수갑을 채워놓고도 체포 기록을 남기지 않은 현직 제주경찰의 '직무유기 사건'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방선옥 부장판사)는 23일 직무유기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제주경찰청 소속 A경위의 항소심에서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되지만, 그 선고를 미룬다는 뜻으로, 2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처벌 전력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된다. 이에 따라 A경위는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경위는 지난 2020년 8월 13일 불법 사설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는 B씨를 검거하기 위해 경남 김해에 있는 숙박업소를 찾았다. 이어 숙박업소 업주에게 B씨의 사진을 보여주자 업주는 "401호에 묵고 있다"고 답했고, A경위는 동료들과 곧장 401호에 진입, 그 곳에 있던 남성을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긴급체포된 남성은 B씨가 아닌 C씨였고, A경위는 재차 수사를 벌인 끝에 해당 숙박업소 403호에 있던 B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이후 56분 동안 수갑을 찬 C씨를 풀어주려는데, 401호 객실에서 마약 등이 발견됐고, A경위는 C씨를 관할 경찰에서 넘겼다.

검찰은 A경위가 C씨를 잡아두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A경위가 긴급체포서 등 관련 서류를 작성하지 않아 C씨가 체포됐던 사실이 기록상에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방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2007년 경찰에 임용돼 누구보다 관련 절차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 인력이 부족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관련 절차를 모두 이행했다"며 "C씨는 56분 동안 수갑을 차고 있었다. C씨가 피해를 호소해 고소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사실은 묻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긴급체포할 때는 인권과 권리구제를 위해 절차 준수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즉 피고인은 체포 기록 작성 의무를 의도적 방임 혹은 포기한 것"이라며 "이 사건은 벌금형이 없다. 피고인의 경찰직을 박탈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2월 7일 1심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긴급체포서 미작성 등 부적정하게 업무를 처리했지만, 체포 사실을 은폐하려는 고의성은 없어 보인다"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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