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라산도 오름도 보전관리 아예 포기하나

[사설] 한라산도 오름도 보전관리 아예 포기하나
  • 입력 : 2022. 03.04(금) 00:00
  • 한라일보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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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어떻게 되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즉시 바로잡고 다시 잘 끼우면 된다. 잘못을 알고도 그대로 가면 계속 안좋은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항공로 레이더 시설을 허가한 제주도의 행태가 딱 이런 꼴이다. 처음에는 제주도가 국토교통부에 공사 중단을 요청하는 등 잘못을 바로잡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레이더 부지 변경을 요청했던 제주도가 이런 방침을 철회하고 공사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제주도는 최근 국토부에 '남부 항공로 레이더 사업의 건축 허가 과정이 적법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은 공사 재개를 허용한다는 의미다. 레이더 건설 예정지는 한라산 1100고지 인근 삼형제큰오름 정상이다. 국토부는 2020년 12월 문화재청, 지난해 4월 제주도로부터 건축행위 허가를 각각 받아 그해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이런 사실이 본보 보도를 통해 환경훼손 우려와 위법성 문제가 제기되자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그런데 "그대로 추진하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며 부지 변경을 요청했던 제주도의 입장이 확 바뀌었다. 제주도는 검토 끝에 부지 변경 요청을 철회하고 원래 자리에서 공사 재개를 허용한 것이다. 레이더 설치 예정지가 어떤 곳인가. 절대보전지역인 한라산국립공원이자 오름 정상이다. 이런 곳에는 레이더 등 어떤 시설도 설치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제주도만 모르는가. 제주도가 앞으로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국립공원을 어떻게 관리할지 걱정이 앞선다.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잘못 끼운 첫 단추를 풀고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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