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태양의 노래
  • 입력 : 2022. 02.25(금)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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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양기는 태양의 기운을 뜻한다. 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활발한 기운인 양기는 음양오행에 따르면 음기에 상대되는 양의 기운이기도 하다. 이 양기가 강한 사람들을 흔히들 '기가 세다'고 하기도 하고 활력이 넘치고 의지가 강해 보이기에 '장군감'이라고 하기도 한다. 상담전문가로 TV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를 통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오은영 박사나 걸그룹 출신으로 예능에서 맹활약을 보이는 혜리에게는 '양기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이 따라붙기도 하다. 건강하고 밝은 기운은 사람들을 일으켜 세운다. 타인을 향해 위로를 건네고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양기는 겨울 끝에 찾아오는 봄의 기운 같기도 하고 어두운 밤을 뚫고 나오는 아침의 빛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 밝고 건강한 기운이 반드시 타고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둡고 차가운 시간들을 견뎌낸 이들이 단단한 수피처럼 몸에 지닌 것이 그 기운이라면 그것은 얼마나 근사한가.

 배우 김태리는 건강한 활력이 넘친다.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인 '아가씨'에서 운명 같은 사랑의 상대를 만나 신분을 비롯한 모든 벽들을 훌쩍 뛰어넘어 내달리던 그녀의 모습은 시대극의 화려한 외피를 뚫고 나오는 동시대적 활기로 가득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담하고 믿고 싶을 정도로 확신에 차있는 눈빛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영화 '1987'에서 역사의 한복판에 던져진 김태리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청년 연희가 민주화 운동이라는 거대한 파도의 앞으로 성큼 다가서는 변화와 성장을 연기해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세상이 일순간 무너지는 듯한 공황의 순간에서 또렷하게 정의를 직시하던 배우 김태리의 눈빛은 잊히지 않는 울림으로 관객들을 흔들었다. 원톱 주인공으로 나섰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김태리는 자신의 사계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혜원으로 분해 따뜻하고 건강한 기운으로 영화를 가득 채웠다. 스스로 재료와 방법을 선택하는 요리처럼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가꿔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낸 배우 김태리는 담백하고 정갈한 영화의 무드에 햇살 같은 함박웃음의 토핑을 더했다. 또한 제목은 '미스터 션샤인'이었지만 드라마 속에서 태양의 역할을 맡았던 건 배우 김태리의 고애신이었다. 명문가의 애기씨로 분해 '아가씨'와는 전혀 다른 사극 연기에 도전했던 김태리는 꽃 대신 총을 든 여인의 불꽃같은 삶을 강렬하고 매력적으로 표현해냈다. 사극에서 더 돋보이는 배우 김태리의 또렷한 울림의 발성과 칠흑같이 검고 빛나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단단한 캐릭터를 온전하게 감쌌다. 이후 다소 괴팍하게 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우주해적단 수장 장선장을 연기한 영화 '승리호'에서는 배우 김태리의 시원한 너털웃음과 거침없는 액션 연기를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시대극은 물론 뜨거운 드라마와 청량한 청춘물 등 필모그래피의 숫자는 많지 않지만 다양한 성격의 작품들을 모두 성공시킨 배우 김태리는 불과 6년여 만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닌 배우로 성장했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는 IMF 시대를 정면으로 통과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배우 김태리는 펜싱 선수 나희도 역을 맡아 티 없이 해맑고 건강한 고등학생을 연기하며 그가 가진 매력의 전부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솔직하고 당당한, 씩씩하고 유쾌한 김태리의 나희도는 잦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낯선 감정을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탐색한다. '매일 진다고 매일이 비극일 수 없다'는 희도는 '너와 내 앞에 놓인 길에는 비극보다 희극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젊음의 체력에 더해 건강한 정신력까지 갖춘 나희도는 적의에 불타지 않기에 무적이다. 아직 극의 초반이지만 이미 많은 이들의 입꼬리를 올리고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게 만드는 배우 김태리의 매력은 이미 많은 이들을 완전히 매혹시키고 있다. 이토록 빛나는 성장 드라마의 많은 요소들을 자라게 만드는 태양 같은 배우 김태리의 행보 덕분에 행복한 날들이다. <진명현 독립영화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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