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능력에 따른 차별은 과연 공정한 것인가

[책세상]능력에 따른 차별은 과연 공정한 것인가
박권일 등 '능력주의와 불평등'
  • 입력 : 2021. 01.22(금) 00:0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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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집착과 능력 강조
탈락자·소수자 혐오 불러

"능력주의는 왜 사회에 해로운가"라고 묻는 건 그것이 사회에 해롭다는 걸 전제하고 있다. 개인의 내재적 능력과 노력에 따라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고 믿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지속시키는 원인이라면. '능력주의와 불평등'은 능력주의의 실상을 들여다보며 그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는 책이다.

능력주의가 깊숙이 파고든 분야는 교육이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모든 사람은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가지고 있고 그것은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배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능력주의가 구현되는 장은 시험이다. 시험 점수는 곧 그 사람이 능력이 되고 이는 정규직 고소득 전문직종으로 진입하는 수단인 학벌로 이어진다.

10명의 필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능력주의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보여준다. 청소년운동 활동가 공현은 학교와 교육 제도 전반에 만연한 능력주의를 비판하고 탈능력주의를 제안했다. 대학 강사인 이경숙은 헌법에 명시된 능력주의적 요소를 읽어 내면서 권리가 '능력'으로 제한되지 않고 존엄의 원리에 따라 부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교사인 정용주는 빈곤가정 학습 부진아의 삶을 능력주의가 구제는커녕 악화시킬 것임을 논증하고 있다. 사회비평가 박권일은 능력주의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발본적 비판을 요청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김혜진은 불안정 노동 현장에서 나타나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를 노동의 관점에서 비판했다. 장발장은행장 홍세화는 능력주의가 결국 인간을 위계 서열화하여 억압하는 인종주의의 일종임을 지적했다.

그중에서 박권일은 공정성에 대한 집착과 능력 강조가 현실에서 '능력자에 대한 우대'라는 차원보다 주로 '탈락자·소수자·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형태로 발현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말한다. "사실 능력이란 개념은 모호해서 어떤 탁월성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시험에 떨어지는 것은 명확하다.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을 찾기는 쉽다. 그런 이들을 배제하는 것이 곧 자신의 지분을 지키는 일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다. 그래서 공정성 내전은 금세 공정의 탈을 쓴 혐오 담론이 되고 만다." 교육공동체 벗.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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