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생명을 나누는 장기 기증] (2)장기 기증 실천자들

[특별기획/생명을 나누는 장기 기증] (2)장기 기증 실천자들
“누군가의 제2의 삶, 기적 선물했죠”
  • 입력 : 2020. 09.23(수)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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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대가 없이 자신의 신장을 기증한 이들이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신장 기증을 통해 생명 나눔을 실천한 김주백 목사, 조애영씨, 이득만씨.

생존시 순수 신장 기증인들
대가 없이 생명 나눔 실천

삶의 끝자락에 섰던 환자들
생명 나눔 받고 새 삶 꿈꿔


기약 없는 투병생활을 이어가는 환자들에게 기적을 선물하는 이들이 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대가 없이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는 '생존 시 순수 신장 기증인'들이다.

"기쁜 마음으로 신장 기증에 임할 수 있어 축복입니다." 김주백(60·제주시 추자면) 목사는 장기기증 수술을 마친 후 이렇게 말했다. 김 목사는 지난 2005년 신장을 기증한 데 이어 2009년에도 간 일부를 기증해 2명에게 생명을 선물했다. 그의 신장은 만성신부전증을 앓던 50대 여성에게, 간 일부는 생면부지의 환자에게 전해졌다.

김 목사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했다는 교회 청년의 소식을 듣고 생명나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윽고 김 목사는 결심이 서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 김 목사는 "신장을 이식받은 분의 아들이 '어머니가 3년만에 소변을 봤다'고 좋아할 때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조애영(48·서귀포시 대정읍)씨는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 한달음에 서울로 달려갔다. 조씨는 고등학교 친구가 만성신부전으로 혈액 투석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혈액형이 맞지 않아 기증을 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던 찰나, 서울에 신장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50대 여성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조씨는 "투병생활 중인 누군가에게 너무 늦지 않게 신장을 기증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득만(64·제주시 연동)씨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던 이웃의 따뜻한 손길을 기억했다. 이씨는 1995년 직장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당시 동료들은 쓰러진 이씨를 병원으로 데려갔고 수술비까지 대신 지불했다. 이씨는 "인생에서 가장 큰 도움을 필요로 했던 순간 이웃의 따뜻한 손길로 생명을 되찾게 됐다"며 "그때부터 받은 사랑을 나누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뒤 2014년 루프스 합병증으로 인한 급성 신부전증 진단을 받은 40대 여성에게 신장을 선물했다.

"제가 기증인에게 보답하는 방법은 나누어주신 생명을 건강히 지키는 것이라 생각해요." 6년간의 기다림 끝에 신장 이식을 받아 새 삶을 살고 있는 윤창근(서귀포시 남원읍·55)씨의 말이다. 그는 2008년부터 몸이 붓고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해 병원을 찾은 결과 신장 기능이 10~12%만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윤씨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신장 이식 뿐이었다.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다 2014년 부산에 거주하는 김진정씨로부터 신장을 이식받게 됐다. 윤씨와 김씨는 최근까지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건강한 삶을 응원하고 있다.

부부가 동시에 생명의 기적을 선물 받은 사례도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신장 기능이 나빠 투석을 이어오던 고경아(48·제주시 화북동)씨는 20대 초반 뇌사 장기기증인으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지만 거부반응이 생겨 재투석을 이어왔다. 이후 2008년 최재열 목사로부터 신장이식을 받게 됐다. 고씨 뿐 아니라 남편 원승윤씨도 12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2011년 뇌사 장기기증인으로부터 신장을 기증받았다. 고씨는 "저희 부부에게 기적을 선물해준 생명 나눔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강다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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