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12)대정읍 하모3리

[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12)대정읍 하모3리
자리돔·방어로 유명… 철마다 바다 기운 가득
  • 입력 : 2018. 07.30(월) 2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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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항구.

인구 늘며 오폐수처리장 확장 등 현안 대두
모슬포항은 서부지역내 최고 관광지 '우뚝'
과거·현재모습 상존 속 벽화작업으로 활력




여느 때 같으면 칼칼한 바닷바람이 먼저 맞았을 모슬포 바다. 하지만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인 탓에 항구 앞바다는 장판을 깔아놓은 듯 고요하기만 하다.

하모 3리는 모슬포항을 중심으로 대정읍 민속 5일장을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 동일리와 이웃해 있고 동쪽으로 신영물을 경계로 하모2리와 나뉘어 있다. 대정읍사무소와 농협, 항구 등이 관내에 위치해 대정읍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상동, 서상동, 중하동, 돈지동 4개의 자연부락에 1506세대 32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대정읍 지역에서는 가장 인구 밀도가 높다. 이중 농업비율이 약 400세대에 불과하다. 항구를 끼고 있어 어업의 비중이 높고 이와 연계한 상업 종사 비율도 높은 편이다. 부두지역을 중심으로 횟집과 휴게음식점, 숙박시설 등이 늘어나며 인구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다보니 쓰레기와 오폐수 처리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부녀회를 주축으로 한 재활용도움센터 운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오폐수처리장은 확장이 시급하다. 이는 바다의 수질에도 영향을 끼쳐 어획량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하모1, 2, 3리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 지혜를 모으는 중이다.

대정읍 오일장은 1일, 6일에 장이 선다. 재래시장들이 부진하고 있지만 오일장만큼은 다르다. 오일장 특유의 생동감 덕분인지 여전히 활력이 있다. 인근의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어우러져 장이 서는 날이면 북적인다.

산이물.

오일장 인근에 '산이물' 공원이 있다. 산이물은 바다인근의 용천수로 여름이면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솟는 곳이다. 양쪽을 나눠 한 쪽은 남탕, 반대편은 여탕으로 이용된다. 대부분의 용천수가 물이 말라 예전처럼 풍부하게 물이 흐르지 않지만 이곳 산이물은 아직도 용수량이 꽤 많다. 아침, 저녁으로 이 곳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항구 쪽으로 가면 '예지물'이 있다. 이 곳 역시 용천수로 윗칸은 식수로 사용하고 아래칸은 목욕이나 빨래를 하는 곳이다. 그 곁에는 '개당'이라는 할망당이 있다. 이처럼 식수가 풍부하게 나는 덕분에 500여 년 전 부터 취락이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모 3리의 가장 핵심적인 시설은 모슬포항이다. 부두에 즐비하게 세워진 배들만 보더라도 항구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여름이면 자리(자리돔), 가을이면 갈치, 겨울이면 방어 잡이로 유명하다. 특히 방어철이면 이 곳 항구는 더욱 분주해 진다. 그 유명세로 인해 방어축제로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항구 앞 작은 공원 앞에 세워진 방어 조형물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주에서 최고의 방어 잡이 배들이 운집하는 곳이다.

마을벽화.

또한 모슬포항은 단순히 고기잡이배들이 들고나는 곳이 아닌 모슬포 최고의 관광지이기도 하다. 자리물회, 방어회, 갈치국 등 제주의 맛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이 거리에는 맛 집으로 유명세를 날리는 곳들이 한둘이 아니다. 덕분에 항구 주변의 상가들이 번창하고 있다. 이와 함께 크고 작은 숙소는 물론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마라도행 배를 타는 선착장도 인근에 자리했었는데 지금은 하모1리 운진항 쪽으로 위치를 변경했다. 한때는 거친 바다의 환경이 삶을 옥죄었겠지만 지금 하모3리의 바다는 기회를 주는 선물인 듯하다.

모슬포항의 유명세로 거리는 많이 변했다. 고층 건물들과 다세대 주택들이 늘었다. 하지만 마을 토박이들은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낮은 담장과 고불고불한 골목길이 여전하다. 그래서 이 곳에 활력을 주기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마을 벽화작업이다.

마을의 정체성을 담은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그려내서 어둡고 침침한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고자 노력중이다.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서로 자신의 집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이 쇄도했다. 예산상 다 받아들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고 한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주변 골목들까지 확장해 벽화마을을 완성하고 싶다고 한다.

그동안 이곳저곳 마을벽화 사업들이 많았다. 성공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중요한 것은 마을주민들과의 교감이다. 동네사람들 스스로가 즐기고 뿌듯하게 바라볼 수 있는 거리 미술관으로서의 벽화라면 좋겠다. 다행히 벽화들은 이미 마을의 일부가 돼 있는 듯 거리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추후 이어지는 사업들도 이렇게 잘 안착되길 바란다. <여행작가>



[인터뷰] 김성진 하모3리장
"끊임없이 마을사업 고민"


마을의 유입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아직 주차문제는 제주시에 비하면 괜찮은 편인데 쓰레기문제는 앞으로 걱정이다. 그래서 과거 방식보다 효율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고 리사이클링 활용비율을 높이기 위해 재활용도움센터를 운영 중이다. 부녀회원들이 수거된 재활용품들을 다시 재분리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쓰레기 처리량도 줄이고 마을의 고용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마을회 차원에서 주민참여 사업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무인헬기를 운영해 농약을 살포하는 작업을 계획 중인데 이번 가을에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농사에도 도움을 주고 마을살림에도 보태고자 한다.

마을벽화사업은 3개년 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하모3리가 골목길이 잘 보존돼 있는 편이다. 그래서 그 골목길을 활용한 사업을 구상하다가 마을 벽화사업을 하게 됐다. 마을의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그려 넣었더니 생각보다 호응이 좋았다. 마무리 되면 입구에 입간판을 세워 벽화마을이라는 홍보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여건이 되면 마을회관을 옮길 것이다. 지금의 위치는 상업요충지이다. 중심지를 조금 벗어나면 복지회관을 지금보다 넓게 지을 수 있다. 그래서 마을 분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게 시설을 갖춰놓고자 한다. 여러 기관들이 다 같이 협심해 주면 가능하다고 본다.

작지만 끊임없이 마을사업을 고민 중이다. 마을단위들의 작은 성과가 모이면 결국 제주도 전체의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사업들도 중요하지만 이런 작은 마을들의 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신경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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