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96)서귀포시 대정읍 동일1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96)서귀포시 대정읍 동일1리
바다로 해가 지네… 눈부신 노을 풍경이 축제가 된다
  • 입력 : 2016. 08.09(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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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조간대가 있어 환상적인 일몰이 펼쳐지는 풍경(위)과 마을회관 옥상에서 바라본 가시오름(아래).

독특한 조간대 활용 소금밭 일구던 '날외' 마을
하모3리까지 이어진 4차선 도로 확장 숙원 사업
일몰축제 계획… 소득작물 마늘 영농조합도 구상



바다로 해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운 마을이다. 서쪽 수평선으로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며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섬에 있다는 사실을 만끽하는 것은 이방인에게는 더 깊은 인상을 준다. 제주의 서쪽 바닷가 마을들이 대부분 일몰이 아름답다고 자신하지만 동일리 바닷가는 독특한 조간대를 가지고 있어서 더욱 신비하다. 이 조간대에 1790년 경부터 소금밭을 만들어 천일염을 생산하고 제주섬 전역에 팔았다고 한다. 1920년대에는 염전사업이 매우 활발하여 품질 좋은 동일리 바닷가 소금이 육지에까지 공급되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 소금을 지금은 맛 볼 수 없다는 것.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문화적 관점에서 체험관광의 형태로 복원하여 마을 자원으로 삼게 해야 한다. 동일1리는 북동 방향으로 모슬봉, 북쪽의 가시오름과 함께 삼각 지대를 이루고 있다. 마을 전체가 대부분 평지로 농작물 재배에 최적지로 조상 대대로 농업소출이 좋았다. 해안도로와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을 보유한 어업활동을 통해 소득을 올리는 농어촌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도시화된 모습으로 변모하는 하모리와 바로 인접해 도농복합형 마을로 보이기도 한다.

지경은 동일2리에 있지만 전통적으로 마을의 주봉이라고 할 수 있는 가시오름.

일과리와 함께 옛 이름이 '날외'다. 마을 원로들에 의하면 다른 마을 영역까지 날외라는 지명으로 부르다가 나눠져 독자적인 마을로 발전했다. 동일리의 설촌에 대하여 정대진(80) 노인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조선 태종 때, 1415년 날외라는 오래된 마을의 한 부분이었지요. 그러다가 고종37년 1900년 일과리에서 동일리가 분리되었고, 향사 건물을 동서쪽으로 분할 소유하여 각기 집무를 봤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일제감점기 1910년에 지방 관제에 의하여 동일리의 일부분이었던 '천미동'이 동일2리로 분리되었습니다." 선사시대 지석묘 2기가 발견되는 것으로 보면 이 지역은 이미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더라도 유서 깊은 마을이 들어설 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바닷가 바위들은 낚시꾼들에게 좋은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벵에돔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바닷물이 깨끗하고 바닷고기의 종류 또한 풍부하다고 한다. 마늘은 동일1리 농민들 대부분이 소득원이 되는 농작물이다. 품질은 전국적으로 그 상품성을 인정받을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 형편은 마늘농사 이전과 이후로 나눠서 생각할 정도로 마늘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역주민들이 마늘에 대한 발전적 견해들은 대부분 저장시설과 가공공장을 만들어서 가격 등락을 흡수하고 더 높은 소득을 보장받도록 하자는 주장이었다.

강용호 이장

강용호(53) 이장이 바라는 마을 숙원사업과 당면 과제는 이렇다. "하모3리까지 이어오던 4차선이 동일1리부터 중단되어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행정기관에 이를 연결하여 마을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타령으로 일관하는 실정입니다. 주민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한 이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차별을 받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희망적인 자체 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을만들기 차원의 노력이기도 합니다. 동일1리 바닷가 일몰을 관광자원화 하기 위하여 12월 31일에는 마을이 주관하는 '일몰축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동네축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광자원을 개발한다는 마음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과 각계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4차선 도로확장 공사를 해오다가 동일1리에서 멈춰버리면 주민들의 마음에는 큰 상처가 된다. 이미 주변 여건이나 도농복합적인 생활형태가 농어업마을로 이격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행정이 나서야 하는 대목이다. 일몰축제 준비는 동일1리의 자존감의 상징이 될 것이다. 해와 수평선이는 지속적인 조화를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해안도로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바라보면서 마을공동체가 나서서 저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면 '마을회가 수익을 낼 가능성이 열리지 않겠는가'하는 기대감에서 출발한 것이다. 참으로 건강한 도전이다. 문제는 수많은 일몰축제 중에 동일1리 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

테우에게 알맞은 기다림의 공간을 제공해주는 다목적회관 앞 바닷가.

어촌계장은 김계숙(64) 해녀다. 마을 주민들이 상군 좀녀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강인한 인상을 준다. 100억이 주어지면 어떤 마을 사업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하1층 지상3층 정도 되는 건물을 바닷가에 지어서 3층은 카페를 하고, 2층은 게스트하우스, 1층은 해산물 식당 그리고 지하는 해녀 탈의장으로 쓰겠습니다." 이 시대 상황을 살아가면서 변화의 모습을 감지하면서 느끼고 있는 것을 그대로 꿈과 희망의 형태로 드러낸 것이다. 해녀들의 노령화를 대비하여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해녀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수익성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해녀문화의 오늘을 발견했다.

주민들이 브로콜리 묘목작업 도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해안도로의 강점을 살려서 바닷가와 인접한 다목적 회관을 증축해 상업시설을 만들어 마을회 수익사업을 하자는 주장이 많았다. 수평선과 노을이란 가치를 상품성 있게 만들어 돈을 버는 외지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과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일1리는 대정읍에서도 알아주는 단결력 강한 마을이다. 관내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체육대회에서 우승을 자주 가져오는 다부진 마을이기도 하다. 주민 스스로도 자긍심의 1순위가 결속력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이장을 중심으로 마늘이라고 하는 소득 작물을 가지고 영농조합을 추진하려는 생각이 현실이 된다면 유통능력까지 보유한 막강한 마을이 될 것이다. 해안도로와 바닷가는 마을회의 새로운 발전을 이끌 자산이 분명하다. 동일1리의 단결력이 가장 큰 희망이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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