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5)영실주차장~하원수로길~고지천~하원수로길~법정사~산록도로~시오름~산록도로

[2016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5)영실주차장~하원수로길~고지천~하원수로길~법정사~산록도로~시오름~산록도로
물기 머금은 흙내음과 안개가 만든 숲… 꿈속 풍경인 듯
  • 입력 : 2016. 07.13(수) 00:00
  • 강경태 기자 ktk280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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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에코투어는 비날씨 탓에 예정된 탐방코스를 모두 거치지 못했지만 색다른 추억을 선사했다. 사진은 1950년대 하원마을 논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하원수로길. 강희만기자

수로 따라 걸으며 듣는 물소리에 가벼운 발걸음
불어난 물로 시원한 폭포수 생겨나 탐방객 반겨
전국 최대 무장항일운동 법정사 등 곳곳에 사연


안개가 만들어낸 신비로운 자태의 숲길. 수분을 머금은 흙내음은 기분마저 좋게 만든다. 자연이 만들어낸 숲길의 또 다른 매력이다.

제5차 에코투어는 당초 영실주차장~하원수로길~고지천~언물~궁상천~표고밭길~어점이오름~한라산둘레길~시오름~산록도로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하지만 이날 하천의 물이 불어나 고지천에서 코스를 완전히 틀었다. 이곳에서는 안개가 깔린 한라산의 신비로운 자태와 비온 뒤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하천들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지난 2일 오전 8시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제주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으로 참가자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버스 찻장을 거세게 두드려도 에코투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다들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버스로 약 40분 정도를 이동해 도착한 영실주차장. 참가자들은 안전요원으로 함께 한 길잡이들의 주의사항을 전파했다. 비날씨로 인해 길이 미끄러워 안전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트레킹 전 가벼운 준비운동을 실시하고 길을 나섰다.

첫 탐방길은 하원수로길이다. 영실주차장에서 한라산 등산로 방면으로 500m를 올라가면 길 오른편에 하원수로길이 나온다. 하원수로길은 1950년대 하원마을의 논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수로를 따라 조성됐다. 주변 탐방로가 개설되기 전까지 한라산 등산로로 이용됐다고 한다.

산딸나무 꽃잎이 깔린 길.

하원수로길에 발을 내딛자 수분을 가득 머금은 흙 내음이 코끝에 닿았다.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 소리와 숲 속 새들의 노래소리에 흥겨웠다. 수로길을 따라 내려가다보니 언물 입구에 도착했다. 언물 입구에 하원수로길과 같은 수로가 하나 더 나 있는데 이 수로는 언물에서 시작되는 물길이라고 한다. 여기서 하원수로길을 통해 2㎞가량 내려가면 무오법정사가 나온다고 한다.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언물 입구는 무오법정사, 한라산 둘레길, 영실 등반로 등 세 가지 방향의 길을 통해 다양하게 트레킹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라고 설명했다.

하원수로길에서 언물 입구를 통해 고지천으로 향했다. 밤새 내린 비로 숲길 중간중간 물이 범람해 에코투어 참가자들은 서로의 손을 붙잡고 밀어주고 당겨주며 물길을 건넜다.

고지천으로 가는 도중 옛 표고밭터가 나왔다. 지금은 표고버섯 경작을 하지 않아 터만 남아있는 곳이다. 이 소장은 표고밭터 찾는 이가 없어 관리가 안되는 등 방치됐던 예전에는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인해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에코투어 도중 고지천의 거센 물살이 참가자들의 앞길을 막아섰다. 고지천의 물살도 문제지만 궁산천 등 건너야 할 하천이 5개나 되는 탓에 참가자들의 안전이 걱정돼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할수 없이 무오법정사에서 버스를 이용해 시오름으로 가기로 했다.

빗속 선명한 색깔을 드러낸 하늘나리.

예정된 탐방코스를 걷지 못해 아쉬워할 줄 알았던 참가자들은 오히려 고지천의 시원한 물줄기에 감탄하며 연신 "멋지다"고 말했다.

다시 하원수로길을 따라 내려오다 항일운동의 발상지인 법정사에 도착했다. 3·1운동에 앞서 이곳 법정사에서 불교계가 주도한 전국 최대규모의 무장 항일운동이 시작됐다. 당시 법정사 스님들은 무장을 하고 지역주민과 함께 중문경찰관 주재소를 불태웠다. 이들의 무오년 법정사 항일운동을 기리는 탑은 동백길이 시작되는 숲길에 서 있다.

법정사 주차장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시오름으로 향했다. 10분쯤 이동하자 지난달 26일 개장한 '서귀포 치유의 숲' 입구에 도착했다. 치유의 숲은 산림청 국유림 174㏊에 사업비 52억4000만원을 들여 조성했다. 이 곳은 난대림, 온대림, 한대림의 다양한 식생이 고루 분포하고 있으며 평균수령 60년 이상된 편백숲이 자리잡고 있다.

서귀포 치유의 숲 잣성.

치유의 숲 입구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시오름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걷기 편하게 정비된 치유의 숲길을 따라 올랐다. 빗물에 안락의자가 젖지 않았다면 한숨을 청하고 싶은 숲이었다.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어우려져 고요했던 숲을 깨운 듯 빗방울도 점점 잦아졌다.

시오름 정상에서 잠시 쉬며 말을 건넨 신기춘·이춘희 부부는 글로벌 에코투어를 두고 그동안 경험했던 트레킹 중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 5차 탐방이 두번째 참가지만 기회가 된다면 계속해서 다니고 싶다고 전했다.

이춘희(63)씨는 "은퇴 후 서울생활을 접고 남편과 제주도에 정착한 뒤 도내를 돌아다녔는데 둘이서 걷기에는 아는 것이 적어 한계가 있었다"며 "글로벌 에코투어를 통해 발이 안닿던 곳을 돌아다니며 여러사람이 어울리며 얘기도 나누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신기춘(63)씨는 "비가 와서 예정했던 탐방코스를 못 가는 바람에 아쉬워한 분도 있지만 오히려 운치가 있어서 더욱 좋았다"며 "물이 흐르는 한라산의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편안해졌고 평상시보다 걷기가 참 좋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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