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64)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64)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치유의 숲 ‘비자림’을 품고 있는 전국 최고 당근 주산지
  • 입력 : 2015. 11.10(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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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 천연기념물 제374호인 비자림(위)과 염난이코지 등대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아래).

1000여년 유구한 설촌 역사 지닌 구좌읍 교통의 요지
세계적으로 희귀한 천연기념물 비자림은 마을의 상징
전통문화·환경분야 스토리텔링 가미해 마을 발전 꾀해
주민 "마을기업 형태로 평대당근 브랜드화 사업" 추진
치유의 숲 비자림을 품은 돝오름에서 북동쪽으로 길게 뻗은 마을이다. 언제나 평온한 느낌을 주는 것은 둔지봉을 청룡으로 하고 다랑쉬오름을 백호로 호위를 받는 지세를 지녔으니 그러하다. 산 아래서 좋은 숲을 만나고 이어지는 밭들의 음성을 들으며 바다로 향하는 평대리. 구좌읍의 가운데 위치하였다. 당연하게 교통의 요지가 된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쪽은 세화리와 서쪽은 한동리 인가와 인접하여 있으며 남쪽은 돝오름을 경계로 송당리와 닿아 있다.

세 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적지동, 갯머리, 망모르를 거느린 동동과 진밭 감수굴, 베들인개를 포함하는 중동이 있으며 탈밧골과 대수굴이 있는 서동이다. 모두가 평화로운 벌판을 생존의 기반으로 성장하였다. 김대봉(71) 어르신이 전하는 설촌의 역사 속에 평대라는 지명 연원이 들어 있었다. "평대리는 원래 비자림 인근 검서굴왓이라는 평지에 모여 살다가 차츰 바닷가 쪽으로 이동해서 지금의 정주형태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벵디라는 제주어는 평평한 둔덕이라는 의미이고 보면 드넓은 버덩이 연이어 펼쳐진 비교적 평탄한 지대를 이르는 곳이라는 뜻에서 왔다고 합니다. 벵디를 어원으로 한자로 표기하면서도 어딘가 뜻이 통하는 이름이 평대(坪岱)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명 중에 검서굴왓(검석굴왓, 검섯굴왓) 인근 몰고랑터가 두 곳이나 있는 것으로 미루어 촌락이 형성되어 생활하던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 말엽부터 비자를 진상하였다는 기록과 고려 전기에 사찰 터로 추정되는 평대리사지(현재 지명 절동산)로 추정하여 본다면 촌락 형성은 적어도 1000년 전부터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이토록 유구한 역사를 가진 평대리는 조선 후기 정조시대만 하더라도 김녕리 다음으로 구좌읍 마을에서 인구수가 많은 마을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1438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지금은 전체 가구의 76%가 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어촌계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현무암 계열의 검은 화산재가 내려앉아 토양의 핵심 성분이 되었다.

평대의 상징은 비자림이다. 주거 밀집 지역에서 남서쪽으로 6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천연기념물 제374호 비자나무 숲은 총 면적 448㎡ 정도이며 나무마다 일련번호를 붙여서 보호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숲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보물을 문화재적 가치로 인정 한 것이 한심하게도 1986년이었다. 비자림 속에서 느끼는 신비한 청량감은 비자열매가 지닌 한방약제의 효능 그 이상이다.

마을 안길을 다니다보면 가장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것이 최고의 당근 마을임을 알리는 벽화들이다. 30년 넘게 당근의 주산지로 명성을 얻고 있어서 당연한 일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가슴이 아팠다.

김양윤 이장

김양윤(57) 이장의 설명은 이렇다. "당근 농사를 중점적으로 지어오고 있지만 유통단계에 관여하는 곳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평대리 당근'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행정적인 노력을 꾸준하게 요구하였지만 허사였습니다. 해법은 마을공동체 스스로가 마을기업의 형태를 만들어서 '평대당근' 브랜드화 사업에 뛰어들 것입니다. 가공과 유통을 겸비한 사업성 검토를 이미 마친 상태입니다." 오랜 시간 누적된 분노가 행정을 향하여 터져 나왔다. 중국산에 이어서 베트남에서도 수입하여 소비시키는 정부의 농업정책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었다. 주민들의 공통적인 인식은 "농정당국에서 '당근과잉 생산'이라고 하는 것이 수입업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 제주섬에서 당근 재배면적이 20년 전보다 반 이상 줄어도 가격은 더 떨어지는 이유가 과연 과잉 생산이란 말인가? 수입 증가에 따른 당근 농가의 고통을 억누르는 농업정책에 어떻게 대응 할 것인지 고민이 깊었다. 제주의 당근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속 시원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끊임없는 다른 농산물과의 형평성타령을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지 묻고 있었다.

밭에서 당근을 뽑아 보여주고 있는 마을주민.

'벵듸마을신문'이라는 마을 소식지를 발간하는 역동적인 마을이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중점적인 마을공동체 노력이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기본계획 수립 활동이 지향하는 것들이 평대리의 미래와 연동되어 있다. 마을주민들의 인간 관계망 형성에 중점을 두고 전통적 마을공동체를 복원하여 정주율을 높이는 사업. 평대리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노력을 융합하는 공동체적 창조행위를 사업마인드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자원 못지않게 자연자원과 전통적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는 평대리다. 김두식(63) 개발위원장이 밝히는 평대리 미래를 여는 비전은 분명했다. "산책로를 보유한 돝오름에서부터 바닷가 쉰모살 해변까지 펼쳐진 자연자원 속에는 날개달린 장수설화의 일종인 부시흥의 비애를 스토리텔링으로 간직한 부대각비와 도깨동산 불턱, 환해장성, 용왕당, 할망당 등 평대리 조상들의 삶을 하나의 문화적 자원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줄기찬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의지는 뚜렷하다. 문제는 지역성에 대한 평가 기준을 외국이나 전국적 사례와 비교하는 것. 창의적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하는 일에도 독창성이 설 자리를 주지 않는 관료적 비교분석이 어떤 형태로 훼방을 놓게 될까 궁금해 하고 있었다.

아직도 아름다운 올레를 간직한 취락구조.

김연숙(57) 부녀회장에게 87세가 되는 2045년 평대리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했다. "마을 사업으로 돈을 만이 벌어서 비자림을 평대리 주민들이 매입하고 싶습니다." 뼈에 사무친 그 무엇이 들어 있는 꿈. 분명 평대리 조상님들의 터전이었음에도 문화재가 되면서 평대리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는 비자림에 대하여 심정적인 진솔함을 토로한 것이었다. 평대리 주민들의 미래에 기여 할 수 있는 경제적 자산으로 비자림이 기여 할 수 있는 정책이 있다면 평대리는 큰 날개를 가진 새로운 신화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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