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14)북오름~선흘곶자왈~전세미못~웃바매기오름~가메옥~목장길~번영로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14)북오름~선흘곶자왈~전세미못~웃바매기오름~가메옥~목장길~번영로
10월 끝자락, 제주섬 ‘추억’ 이라는 떨림 남기고…
  • 입력 : 2015. 10.30(금)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이번 에코투어 코스는 곶자왈의 식생에 감탄하고 눈에 띄는 산열매에 군침을 흘리며 몽골의 초원을 연상케하는 장관이 특징이다. 사진은 가메옥오름을 오르는 탐방객들. 강희만기자

산열매에 군침 흘리고 몽골 초원같은 풍광에 매료
가을 바람에 춤추는 억새 장관 탐방객들 추억쌓기


10월 중순에 접어들자 아침 공기가 싸늘하다. 하지만 트레킹 하기에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다.

에코투어 참가자들은 지난 17일 오전 8시 제주시 시민복지타운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이번 코스는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에 있는 북오름을 시작으로 선흘곶자왈~전세미못~웃바매기~선흘곶자왈~가메옥~목장길~번영로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제주 곶자왈의 다양한 식생과 가을철 제주의 산열매, 야생화, 몽골의 초원을 연상케 하는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이번 에코투어는 길잡이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의 설명에 탐방객들의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버스를 타고 30여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은 트레킹의 시작점인 구좌읍 덕천리에 있는 북오름 진입로다.

참가자들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선흘에서 송당가는 길에 위치한 북오름을 올랐다. 삼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탐방길을 따라 10여분을 걸어 올라가니 정상이다. 오름의 형상이 북을 닮은데에서 유래했다는 북오름은 동서 방향으로 길게 놓여 있었다. 북쪽으로 입구가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가 있고 분화구 바닥은 넓은 타원형으로 이뤄져 있었다. 탐방길은 다소 비좁았지만 잘 정비돼 있어 무리없이 등반할 수 있었다.

북오름에서 내려온 일행들은 바로 옆 목장지대를 통과해 선흘곶자왈로 들어섰다. 크고 작은 바위와 나무, 덩굴식물이 어우러진 이곳 곶자왈에서는 으름 열매(졸갱이)와 쿳가시낭 열매(구지뽕나무)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인적이 드물었던 곳이라 그런지 어른들의 허리가 닿는 구지뽕나무 중간쯤에서 직박구리의 둥지를 볼 수 있었다. 둥지안에는 지난 봄 부화를 마친 탈색된 알 3개가 놓여 있었다.

곶자왈에서 빠져나오자 목장지대가 나왔다. 남오미자 열매와 쿳가시낭 열매, 정동 열매, 가막살나무 열매 등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이러한 산 열매들을 구경하면서 30여분을 걸어 웃바매기오름 기슭에 있는 전세미못에 도착했다. 전세미못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일이 없다고 한다. 예전에 인근 마을 주민들이 이용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방목중인 말과 소들의 전용 물통이 됐다. 맑은 전세미못에 비친 웃바매기오름의 모습은 신비로웠다.

전세미못의 아름다움에 취한 탐방객들

전세미못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일행들은 웃바매기오름 삼나무 숲길을 따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용암동굴 중 하나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인 벵뒤굴 입구에 도착했다.

일행들은 벵뒤굴 입구에서 점심을 하고 다시 선흘곶자왈로 들어갔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울창하게 하늘을 가리고 있어 정글을 연상하게 했다. 숲길 중간, 중간에서는 으름열매와 양하 군락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어린시절 고향 초가집 처마밑에서 보았던 양하를 이곳에서 만나니 반가움이 더했다. 양하를 따서 집으로 가져가 삶아 무쳐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손을 댔지만 양하속은 이미 시들어 있었다.

곶자왈에서 빠져 나오자 목장지대가 다시 나타났다. 억새가 바람에 춤을 추는 모습이 장관이다. 일행들은 가을추억을 남기기 위한 사진을 찍는데 정신이 없었다.

코스를 걷다 눈에 띈 정동열매, 가막살나무 열매, 한라돌저귀.(사진은 시계방향으로)

억새 들판을 걸어 도착한 곳은 오늘 탐사의 꼭지점인 가메옥오름이다. 고작 28미터에 불과한 매우 낮은 오름이다. 오름 하부에는 하얀 물매화와 한라돌저귀가 수줍은 듯 피어 있었다.

가메옥 정상에 올라서자 송당목장 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억새 평원이 드러났다. 억새의 물결이 출렁이는 가메옥 아래 들판은 몽골의 푸른초원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억새 평원 뒤로는 동부지역 오름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게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른 아침 지친몸을 이끌고 출발해 6시간동안 걸어온 트레킹 일정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신년 새벽 일출도 이만한 감흥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으리라. 가메옥 정상에서 만난 잊지 못할 감흥을 추스리고 가메옥에서 내려온 일행들은 다시 목장길을 따라 20여분을 걸어 번영로로 나왔다. 이날 여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번영로에 세워둔 버스에 오르자 성악가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날에'가 입가에 맴돌았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0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