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8)5·16도로~효명사~선돌계곡~선돌~한라산둘레길~돈내코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8)5·16도로~효명사~선돌계곡~선돌~한라산둘레길~돈내코
울창한 산림풍경 벗삼아 즐기며 속세의 스트레스 훌훌
  • 입력 : 2015. 08.07(금) 00:00
  • 강봄 기자 spri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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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도로~효명사~한라산둘레길~돈내코로 이어지는 10㎞의 코스는 가파른 선돌계곡을 가로질러야 하는 제법 힘든 코스다. 탐방객들이 녹음이 우거진 코스를 걷고 있다. 강희만기자

깊고 험한 한라산 자락 속살 그대로 펼쳐져
탄성 마저 멎게 하는 대자연의 신비 만끽
새소리와 계곡물 흐르는 소리에 더위 ‘싹~’

7월 25일 아침 다행히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이틀 전만 해도 제12호 태풍 '할롤라'가 방향을 틀어 제주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던 터였다. 기우였다. 대신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볕이 따가웠다. 만만찮은 하루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났다.

8차 에코투어가 예정된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 에코투어 참가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언뜻 보기에 투어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 것 같은 참가자가 눈에 띄었다. 연세가 있어 보였다. 무더운 날씨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코스가 지금까지의 투어 일정 중 가장 어려운 길이라 걱정이 앞섰다. 5·16도로~효명사~선돌계곡~선돌~한라산둘레길~돈내코에 이르는 곳으로, 가파른 선돌계곡을 가로질러야 하는 제법 힘든 코스다.

이윽고 참가자들의 부푼 기대를 품은 채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을 붙였다 떠보니 어느덧 투어 첫 걸음이 시작되는 곳에 도착했다. 5·16도로로 서귀포시에 다다를 즈음에 위치한 '효명사' 입구였다. 일행을 이끄는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오늘 코스는 약 10㎞로 지금까지의 에코투어에 비해 비교적 짧은 코스지만, 중간에 선돌계곡을 지나야 하는 등 길이 제법 험하다"며 "더구나 비가 온 뒤여서 숲길이 미끄러운 만큼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녹음(綠陰) 속 새소리에 귀 기울여 500m 쯤 갔을까. 일주문(一柱門)처럼 보이는 하얀 건물이 탐방객을 맞았다. 효명사의 산신각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바람결에 살랑거리는 풍경(風磬) 소리에 절로 눈이 감겼다. 찰나나마 속세에서의 중압감이 훌훌 날아간 듯 했다.

코스 중간 만난 계곡, 비온 뒤라 매우 미끄럽다.

이어 숲길이 이어지고, 어느 정도 걸었다 싶더니 계곡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투어 전 비가 많이 내렸던 터였는지 쏟아지는 계곡 물소리를 듣기만 해도 더위가 가셨다. 평소 접하지 못했던 울창한 산림 풍경을 벗 삼아 트레킹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았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걸음을 재촉했다. 제법 걸었더니 이내 땀이 몸을 적셨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눈이 따끔거렸다. 모든 게 찌뿌둥했다. 습한 기운 탓인지 내쉬는 숨마저 텁텁했다. 시원한 물이 간절했다. 사람 마음이 간절하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굽이쳐 흐르는 작은 폭포와 커다란 소(沼)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그러진 얼굴에 연거푸 물을 끼얹었다. 앞선 풍경에 이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둘러보니 이곳에는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파이프가 여럿 연결돼 있었다. 오래 됐단다.

이제부터 오르막이란다.(여기까지도 오르막이었는데…) '선돌'로 향했다. 한라산 자락에 있는 선돌은 깊고 험한 계곡의 기운을 간직한 곳으로, 선돌 아래 기도 도량은 쉽사리 방문을 허(許)하지 않을 것처럼 엄숙하고 고요했다.

숲을 걷다 눈에 띈 달걀버섯.

지금부터 최대 난코스다. 선돌 옆 수직으로 정상에 올라야 했다. 밧줄을 타고서 말이다. 지칠대로 지친 터라 손과 발은 제멋대로요, 가쁜 숨은 목에 걸려 제대로 내쉬지도 못했다. 가까스로 선돌 정상에 올랐다. "아~" 탄성마저 멎게 하는 대자연의 신비 그 자체였다. 가파른 계곡 길을 쉼 없이 걸어 올라온 일행에게 한라산이 주는 선물이었다.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노송(老松)이 뿌리를 내린 이곳에서 한라산의 능선과 서귀포 앞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이 기운은 이곳을 오르내리는 사람들만 느낀 게 아니었나보다. 정상부 바로 인근에 '묘'가 자리잡고 있었다. 한라산 깊은 산자락인 이곳에 묘 자리가 있는 것을 보면 신성한 기운 탓에 명당이었던 것 같다. 지극한 효심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이장 터가 남아 있다.

뽕나무버섯.

"자, 이제부터는 한라산 둘레길로 접어드니 맘 편히 걸어도 됩니다."(이날 하루 듣던 중 가장 반가운 말이었다) 올해 1월 서울에서 제주에 온 한 참가자는 이날 8차 에코투어가 네번째란다. 올 때마다 기대 이상이라며 푹 빠졌단다. 특히 이날 참가자 중 최연장자인 정신종(76)씨는 아무 탈 없이 산행을 마쳐 참가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목적지인 돈내코에 다다라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이날 힘겹게 걸어온 길을 되짚어 봤다. 중간중간 쉬었던 그 시간이 지친 삶에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듯싶다. 지금 우리네 삶에 광합성이 필요한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하는 여정이었다. 한편 8일 진행되는 제9차 에코투어는 영실입구~민모루오름~한라산둘레길~표고밭 임도~한대오름~노루오름길~한라산둘레길~18림반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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