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 (50)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 (50)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길 이름이 정겹고 농촌의 옛 정취가 배어있는 힐링마을
  • 입력 : 2015. 07.28(화)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마을의 정신적 구심체와도 같은 둔지오름(위)과 방파제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아래).

650년전 설촌… 교육열 강해 한집 걸러 선생님 배출
낭만적 마을 분위기 뒷면엔 주민들의 치열한 삶 담겨
용암해수단지 ‘제주형 창조경제’ 주축 기대감 높아
중점사업 해상풍력은 마을발전 견인하는 황금자원



한라산 동쪽 으뜸 마을의 포부를 담은 한동(漢東). 옛 이름은 '괴리'라고 불렀다. 마을 이름이 바뀐 사연은 제주의 대표적인 전설 중 하나. 마을에 원인 모를 화재가 수 없이 발생하자 여러 가지 궁리를 하다가 마을 이름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서 한동리라고 바꿔 부르니 그때부터 화재가 사라졌다는 전설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전설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로 설명한다. 서쪽은 행원리, 동쪽은 평대리, 남쪽은 덕천리와 송당리에 접해 있다. 일주도로와 접한 마을회관을 기점으로 둔지오름 쪽은 웃동네(상동), 행원리 쪽 바닷가 마을은 서동, 바로 맞은편은 새왓동네(양선동), 바닷가 쪽은 평대리 서동과 경계를 이루는 계룡동이 모여 평대리를 이루고 있다. 물겅거리, 왕둣돌거리, 배엄술, 췟대우영, 뒷머세, 수덱이, 청벵질, 황쥐돌렝이, 들렁머리, 가리벵듸, 둔지비켝, 케새왓, 괴시리머세 등 한동리 출신이라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지명들. 길 이름이 더욱 독특한 마을이다. 학교 선생님들이 한 집 걸러 배출 되었다는 교육열 강한 마을이기도 하다.

둔지오름에서 주거지역까지 내려가는 농로와 주변환경.

둔지오름에서부터 북동쪽으로 뻗어 내려와 바다를 만나는 마을. 둔지오름 대부분이 마을 소유 땅이다. 말굽형 오름으로 분류되는 이 오름은 독특하게도 화산분화구에서 터진 용암이 바다를 향해 흐른 것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둔지오름 남쪽 지형은 화산 활동에서 오는 특징을 발견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풍수지리를 언급하는 마을 어르신들은 계혈(鷄穴)이라 하여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으로 표현한다. 둔지오름의 정기가 한동리 사람들의 세상사를 온전하게 품어주길 바라는 염원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는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둔지오름에 올라 보니 허튼 소리가 아니었다. 길들이 바닷가 방향으로 향해있다. 그 길들은 둔지오름과 바닷가를 이어주며 그 사이에 한동리를 먹여 살려온 밭들이 추상화처럼 펼쳐져 있고. 길을 따라 걸어보면 묘한 치유의 힘을 느끼게 된다. 아직도 남아있는 제주 농촌의 옛 정취를 맛보려거든 둔지오름에서 한동리 바닷가 방향으로 난 길들을 걸어보면 알게 된다. 때 묻지 않은 그 무엇.

설촌의 역사는 650년 정도로 보고 있었다. 환해장성의 흔적은 유서 깊은 마을임을 입증한다. 모래와 해안가에 검은 암반지대가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 경이롭다. 나그네의 눈에는 낭만적인 그림이지만 치열한 삶의 터전이었다. 지금도 해녀들이 실질적으로 바다에 들어가 물질을 할 수 있는 인원이 80명이 된다고 하니 한동리 해녀들의 강인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오랜세월 해수 염분이 마모시킨 한동리 환해장성.

다양한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더 나은 내일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한동리의 역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용암해수단지가 들어선 것. 한 마디로 조상들이 터를 잘 잡아서 마을을 형성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화산섬에서도 지하수와 바닷물이 땅 속에서 대규모로 만나는 곳이라는 것을. 지층의 혜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하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희귀미네랄과 건강에 좋은 성분들을 가지고 우선은 생수시장에 내다 팔 물을 얻고 있다. 이 용암해수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연구하고 개발하여 상품화 하는 곳이 한동리에 있다는 것은 가장 밝은 미래를 담보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용암해수 홍보가 극대화 되고 산업단지가 활성화 되면 또 하나의 제주 신성장 산업의 전형으로 자리매김하여 제주형 창조경제의 주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대와 동시에 마을 주민들이 느끼는 용암해수 사업의 성장 속도는 괴리감이 있었다. 너무 느리게 달리고 있다는 것. 시너지 효과가 크다면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에서 과감한 지원과 미래지향적인 투자를 이끌 수 있도록 뒷받침 해달라는 요구였다.

임인구 이장.

임인구(65) 이장이 마을 장기 발전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해상풍력이다. "이미 올해 11월 착공을 목표로 제주특별자치도에 지구지정 신청을 마쳤습니다. 사업성이 풍부하고 마을 주민들의 열의가 대단하여 기필코 성공하게 될 것입니다." 모질게만 느껴지던 바람이 지금은 마을 발전을 견인하게 될 황금 자원이 된 것이다. 고문수(62) 마을회 감사는 "웃동네 지역이 교통불편으로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시급하게 용암해수단지에서부터 비자림까지 웃동네를 관통하는 버스통행 가능 도로 개설이 필요합니다." 용암해수단지와 비자림을 연계하는 중심에 서고 싶은 욕심이 아름답다. 현혜숙(54) 부녀회장이 꿈꾸는 한동리의 미래는 "용암해수 자원을 활용해서 세계 최고의 사우나 시설이 들어섰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마을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바라는 용암해수단지 인근을 관광단지로 개발하자는 생각의 일부분이다. 부녀회원들의 건강과 미모에 더욱 관심을 표명한 것이고. 용암해수의 과학적 효능에 대한 주민들의 지식수준이 대단했다. 이 독특한 마을 자산을 더 큰 부가가치로 끌어올려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의식과 함께. 일자리도 많이 생성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주민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용암해수단지.

2045년은 김호방(78) 노인회장이 108세가 되는 해이다. 앞으로 30년 뒤. 그 때, 무엇을 하고 계실 것인지 여쭈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부근에 해상가두리양식장을 만들어서 고급 어종들을 기르고 있을 것이다. 용암해수사우나가 있는 특급 호텔에 납품해서 돈을 왕창 벌거다. 한 마리에 1000만원 하는 참치도 기를 것이고." 장수마을이라는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욕심꾸러기 하르방. 모든 꿈이 후손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마을공동체의 의식구조가 이미 기업적 마인드로 바뀌고 있는 한동리. 앞서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88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