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26)안덕면 동광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26)안덕면 동광리
  • 입력 : 2015. 01.27(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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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광6거리 올라가는 길과 대부분의 집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위)과 마을회관에서 내려다본 마을 전경(아래).

사통팔달 교통 요충지… 상업·관광지구로 꿈꾸다
잃어버린 마을·큰넓궤 등 제주4·3의 아픔을 간직 한 곳
제주시·서귀포시·한림·대정 등 잇는 평화로 교통 요지
마을 주민 콩·감자·고사리 경작… 준저리콩 품질 우수
넓은 마을 비해 밭농사는 각종 규제 묶여… 농민만 피해
2004년 태양열 전기 자급자족… 국내 최초 그린빌리지



삼밭구석과 무등이왓이 먼저 떠오른다. 4·3으로 토벌대에 의하여 불 질러진 잃어버린 마을. 주민들은 공포에 떨며 큰넓궤라는 동굴에 두 달 넘게 숨어 있다가 영실부근 불래오름 지경까지 피신했었다.

50여명이 마을 안, 혹은 정방폭포까지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360여 년 전부터 사람이 들어와 정착하기 시작한 마을이 완전 소실되어 해변 마을로 이주했다가 1953년부터 재건에 들어가 현재 무동동 인근과 간장동 등에 삶의 터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교통의 요지다. 평화로 옆에 위치해 신제주 방면과 한림읍, 서귀포시내, 대정읍 및 안덕면을 이어주는 6거리가 있으니까. 남쪽으로는 서광리와 동쪽으로는 상천리와 경계를 이루는 마을이다. 본동과 양잠단지라고 불리는 두 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양잠과의 인연은 1969년 주민소득증대사업으로 당시 남제주군에서 불하 받아 30여 농가가 양잠단지를 조성하여 뽕나무를 심고 누에고치를 쳤다고 한다. 20년 가까이 이어오다 경쟁력 고갈로 쇠퇴하여 지금은 일반작물을 경작하고 있다.

지금도 일손을 놓지 못하는 할머니.

김재범 이장

중산간 마을의 특성을 살려 축산과 함께 콩, 감자, 고사리 등 지역에 유리한 농산물을 주로 경작하고 있으며 특히 준저리콩은 품질이 우수하여 각광을 받고 있다. 김재범(55) 이장은 "새로운 전략 작물로 콩 농사를 키워나가겠다"고 했다. 일본 수출이 가능하도록 품질이 우수한 장콩을 경작하여 제조과정을 거쳐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다. 물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생산시설에 투자한다고 해도 가동률 저하로 무용지물이 되는 것. 6차산업 마인드로 농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마을 면적이 되지만 문제는 경작지에 있었다. 안덕면에서 두 번째 넓은 마을답게 1576만5870㎡나 된다. 마을 면적의 40% 이상이 목장용지다.

많은 부분을 외지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땅이다. 이를 입대하여 콩 농사를 짓고 있지만 목장용지에 경작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행정에 탄원을 하고 있지만 작년에도 불법을 저질렀다고 벌금을 낸 농가도 속출하고 있으니 누구를 위한 법인 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농민은 규제개혁의 혜택에서 제외된 존재냐고 따지는 것이다. 콩 농사에 명운을 건 농가 입장에서 재해보험의 경우는 집중적인 항의를 받고 있었다. 콩 농사 1000평을 농사지었을 경우에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려면 7가마니 이하가 돼야 한다고 하니 아무리 태풍을 맞아도 10가마니는 나오는 콩농사에서 아예 농업재해보험금을 주지 않겠다는 구조라고 한다. 재해보험을 시행한다면서 농민을 우롱하고 있었다. 부지런 하나로 버텨온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상식에 맞는 정책만 펼쳐달라는 것이다. 박탈감만이라도 느끼지 않도록.

대규모 축산을 하고 있는 홍경수(39)청년회장은 "제주 한우의 경쟁력은 품질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계량이 이뤄져야 하지만 육지에서 소를 못 들여오게 하다 보니 심각하게 뒤져있다"고 한다. 섬의 특성상 청정지역 수호도 중요하지만 축산발전을 위하여 계량사업에도 행정력을 발휘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경우 대부분 퇴보를 부르니까.

마을 안길을 다니다보면 매우 특징적인 모습을 만나게 된다. 주택마다 태양광 발전설비가 대부분 구축되어 있다는 것. 국내 최초의 그린빌리지. 청정에너지 보급을 위해 제주도가 2004년부터 태양열로 전기를 자급자족 할 수 있게 했다. 57가구에 3Kw용량의 주택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태양광을 먼저 쓴뒤 모자라면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방식이다. 청정에너지 현장학습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녹색농촌체험마을 방문자센터로 변한 옛 동광분교 교정 모습.

4·3 당시 불타버린 마을 삼밭구석에 있는 수령 500년 된 팽나무.

2009년 동광분교가 폐교되면서 교육청과 임대차 계약을 통하여 마을소득사업으로 녹색농촌체험마을 방문자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넓은 잔디운동장과 건축미가 뛰어난 건물을 활용하여 전지훈련과 캠프장으로써의 기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한다.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는 발전방향을 찾아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 역력했다. 밝은 미래를 열어갈 오늘의 꿈은 결국 동광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꾸는 것이다. 대신 꿔주는 꿈은 없으니까.

문향석(43) 새마을지도자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살아야 마을에 활력이 생기니 마을공동체가 빌라라도 지어서 임대사업이라도 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한다.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리는 마을 여건이 급선무라는 뜻도 되고. 신원홍(75) 노인회장은 "마을의 미래는 노인복지에 있다. 보건소라도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한다. 멀리 다니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농촌어르신들의 현실.

한 세대 30년 뒤, 동광리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했다. 안홍범(52)새마을 지도자는 콩으로 제주도에서 최고 부자마을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작에서 제조, 판매까지 마을공동체의 역량을 집결시켜 나가면 된다는 결기가 느껴졌다. 신선순(47) 마을회 사무장이 77세 할머니가 되었을 때, 동광6거리 인근은 상업지구로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 피력하였다. 주변이 대부분 관광지들로 개발되고 있고 동광로터리를 지나는 차량들의 증가 추세로 보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변화를 따라잡는 방법은 딱 하나 뿐,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광리가 가진 최대의 자산은 교통여건이다. 강점이다. 살리지 못하면 강점이라 할 수 없고. 사통팔달의 지리적 여건을 가지고 동광리가 웅비하게 될 것이다. 보존된 자연환경과 함께 테마가 있는 마을발전프로젝트들을 꾸준하게 밀고나간다면 주민들의 소득창출 경로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저 주민들의 자신감은 북오름에 올라 사방을 굽어보면 이해하게 된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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