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21)표선면 토산1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21)표선면 토산1리
  • 입력 : 2014. 12.23(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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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표선면 토산1리 망오름 정상에 있는 토산봉수(위쪽)와 가위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가세오름(아래쪽).

토끼형상 닮은 오름에서 지명 유래… 토끼 테마로 발전전략 구상
한라산쪽으로 거슬러 흐른다는 수량 풍부한 '거슨새미' 유명
토끼라는 마을의 상징성 활용
건강과 풍요 두마리 토끼 잡는 생태공원·놀이공간 조성 추진
토끼띠들 필수 방문코스 기대
올해 2월부터 ‘금연마을’ 도전…23명 중 절반 이상이 성공
취재중 담배 물고 있다 혼쭐




오래된 마을이다. 고려 충렬왕 26년 제주도에 14개 군현의 하나로 토산현이 출현하였다. 토끼의 형상을 닮은 오름이 있어 토산(兎山)이다. 흔히 알토산과 웃토산으로 부른다. 웃토산은 토산1리. 알토산은 바다 쪽 토산2리다. 망오름에 올라 눈쌓인 한라산을 바라보면 절경이다. 완만한 구릉성지대에 넓은 평지와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름다운 이 마을을 바라보면 '평화'라는 단어만 떠오른다. 전설과 신화들이 누비이불처럼 촘촘하게 바느질된 그런 이야기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 중산간 마을엔 4방으로 들어오는 길이 있다. 제주시에서 들어오는 것은 정석비행장 쪽 길로, 서쪽으로는 신흥리 송천교를 건너면, 표선에서는 가세오름 옆으로 들어온다. 알토산에서 올라오는 길은 토산봉(망오름) 옆을 끼고 올라오는 길이 있다. 토산1리는 망오름 북쪽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감귤이 주소득원이며 이 외에도 콩, 더덕, 무 등을 재배하고 있다. 땅 면적이 476㏊. 주민 수가 432명이니 평균 1㏊가 넘는 면적을 한 사람이 맡고 있다고 해야겠다. 노인 인구가 많은 것은 농촌 현실에서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너른 경지 면적에 따른 일손 부족을 어찌 이겨낼까. 지독한 부지런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곳이라고 했다.

토산봉을 망오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서쪽 봉우리에 봉수가 있어서다. 망을 본다는 의미는 사방을 살피기에 적당한 장소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봉수가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신나게 올라가 보니 조금 허망하였다. 연대처럼 멋있게 쌓아져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흙으로 둥글게 토축하여 잡풀로 덮여 있었다. 반경 15m 정도에 둔덕처럼 둥글게 내부와 외부로 둘러친 둑을 쌓아서 불을 지필 수 있도록 한 시설. 옛날에는 동쪽으로 달산봉수와 서쪽으로는 자배봉수와 응소했다고 한다. 정의현 소속 봉수 중에 소속 별장 6명과 봉군 12명을 배치했다면 요충지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원형이 많이 허물어진 느낌이 들어 고증에 따라 제대로 복원하면 주변 경관과 함께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인데 안타까웠다.

샘물이 한라산 방향으로 흐른다는 '거슨새미'

가세오름은 가위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한다. 사실 가세보다 여인의 가슴을 더 닮았다고 김종권 노인회장은 강력하게 주장했다. 토산1리에 가서 바라보면 이름을 그렇게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에 찬성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북봉과 남봉 사이에 얕게 골이 패이고, 서쪽으로 침식된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다. 샘이 솟아 예전에 식수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흥미를 끄는 토산1리의 자랑은 거슨새미다. 토산1리 마을 남쪽에 있다. 한라산 남사면에서 흘러나오는 용천수임에도 불구하고 역방향인 한라산 쪽으로 거슬러 흐른다는 것이다. 신기했다. 어떤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어떤 때는 인근 마을 신흥리, 가시리에서까지 물을 길러 와서 물허벅이 길게 줄을 설 정도였다고 한다. 거슨새미에 얽힌 고종달(호종단) 설화는 물혈을 지켜낸 제주인들의 생존의 슬기를 담아내고 있다. 남쪽으로 500m 정도 가면 노단새미가 있다. 바다 방향으로 순리대로 흐른다고 하여 그렇게 이름붙여졌다고.

꿈이 있는 마을이다. 소박하면서도 야무진 꿈. 마을 이름에 붙은 토끼를 테마로 하여 '잘나가는(?)' 마을에 도전장을 냈다. 마을프로젝트 명칭도 정겹다. <건강과 풍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마을!> 지명 유래와 더불어 마을 전체에 펼쳐진 자연자원과 생태자원을 융합하여 토끼와 함께하는 생태공원과 놀이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사업계획이 중앙부처에 사업설명 및 절충을 통해 내년도 사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서귀포시 당국과 함께 노력하고 있었다. 토끼라는 마을이름이 가진 상징성을 활용한다면 어떤 작위적인 요소들보다 대중 친화력과 정당성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기대된다.

김재철 토산1리장

탐방과정에서 김재철 이장에게 건의하였다. "나중에 토산1리에 오면 전 세계에 있는 토끼 종류를 대부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흔쾌히 수락했다. 토끼띠들의 필수 방문코스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덕담도 나눴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토산리의 미래는 마을 어르신들의 자부심인 토산 출신 인재들이 있어서 밝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열도 엄청나다. 4·3 당시에 20세에서 40세까지 남성들을 모두 표선으로 끌고 가서 총살시켰다고 한다. 홀로 남으신 어머니을 위하여 독한 마음으로 공부를 했고, 각계로 진출하여 성공한 출향인사들이 넘쳐난다고 했다. 토산1리 발전의 큰 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토산1리 주민들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뜻깊은 도전이 있었다. 돈이 많다고 해결 되는 도전이 아니다. 담배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금연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금연마을에 도전하고 있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이미 절반 이상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까지 흡연 주민 23명 중 13명이 금연에 성공했다고 한다. 나머지 주민 10명도 금연 재도전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동부보건소는 이 분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금연 클리닉'을 운영하고 월 1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도 마을회관 앞을 들어서면서 담배를 물고 있다가 부녀회원으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마을 전체가 금연이라니! 독한 사람들(?)이라는 생각. 저런 의지가 모아지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올해 2월부터 동부보건소와 함께 금연마을에 도전중인데 이미 주민 절반 이상이 금연에 성공했다.

김형필 청년회장의 아내의 이름은 바투 바투산 알마조이. 필리핀에서 왔다. 이 부부가 꿈꾸는 미래 또한 토산1리의 미래와 같을 것이다. 엄청난 변화보다 마을공동체가 보유하고 있는 어떤 문화를 차곡차곡 발전적으로 변화시키는 모습에서 행복을 얻고 있다고 했다. 고봉숙 부녀회장의 꿈꾸는 토산리의 미래는 참으로 감동적이면서 현실적이다. 토산리 출신 학생들이 도시로 나가서 공부를 하게 된다면 마을에서 마련해준 기숙사에서 생활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제주영재관처럼 마을 단위에서도 그런 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 그러면서 더욱 깊이 있는 생각을 피력했다. 마을발전은 주민 만족도와 함께 가지 않으면 그 것은 문화 파괴일 것이다. 어쩌면 행복은 만족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까.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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