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행복한 요리농부' 박소연 대표

[제주愛 빠지다]'행복한 요리농부' 박소연 대표
"농부의 땀 기억하는 요리 개발"
로컬·슬로푸드 전도사 되기위해 제주 정착
  • 입력 : 2014. 12.12(금)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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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씨는 제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에 이야기를 입히는 '슬로푸드' 요리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김명선기자

건강한 식재료에 이야기 입히는 작업 진행

건축설계사의 꿈을 접고 이역만리 타국땅에서 요리사가 됐던 한 여성이 제주에 빠져 슬로푸드 전도사로 변신했다. '행복한 요리농부'의 대표인 박소연(35)씨다.

서울에서 태어나 건축을 전공한 뒤 설계회사에 다니던 그는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호주로 떠났다. 그곳에서 요리학교를 다니며 레스토랑 등에서 5년간 일한 후 지난 2010년 귀국했다.

다시 만난 한국의 먹거리 문화는 그녀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호주에서 음식은 지역 주민의 삶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문화로 하나의 예술분야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지만 한국에선 한 끼니를 해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힘들고 지친 마음을 이끌고 찾은 곳이 제주올레길이었다.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었던 그녀는 2011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정착한다.

그녀는 중산간 시골마을에 살면서 제주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 다양한 퓨전 요리를 개발해 외국인들에게 제주를 알릴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야심찬 꿈을 품었다.

그 첫번째 결과물이 '말똥과자'다. 제주의 통밀을 재료로 울퉁불퉁한 모양에 말똥처럼 벌레(초코칩)와 풀(코코넛채)이 들어간 제품이다.

박소연씨는 "말 타는 법을 배우고 싶어 교관을 찾았더니 말의 배설물(똥)을 치우는 일부터 시켰다"며 "두달동안 그 일을 하며 치워진 똥이 거름이 되어 우리들 입에 들어가는 농작물의 생육을 도와주는 자원이 된다는 순환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과정을 요리로 표현한 것이 말똥과자(똥)·한라산용암빵(흙)·당근풀빵(먹거리)·조랑말쿠키(말)로 이어지는 '생태순환요리'다.

이와함께 그녀가 관심을 가졌던 건 로컬푸드.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뜻하는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을 활용한 음식'이란 의미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박씨는 로컬푸드를 넘어 제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에 이야기를 입히는 '슬로푸드' 요리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야기의 테마는 주로 식재료를 생산해내는 농부들이다. 그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자신들이 기른 농작물을 먹는 이들에게 얼마나 건강한 식재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담아낸다.

박씨는 가시리에 정착한 뒤 얼마안돼 마을주민으로부터 비상품 한라봉을 이용해 요리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한라봉잼을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농민들이 흘린 땀의 결실인 농작물의 소중함을 시골마을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매일같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녀는 "'행복한 요리농부'를 설립한 것도 요리 개발부터 체험·교육·컨설팅까지 농부와 함께하고 싶어서였다"며 "그렇게 만들어진 요리가 그것을 먹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선물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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