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0)대정읍 무릉2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0)대정읍 무릉2리
  • 입력 : 2014. 10.07(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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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 마을전경(위)과 한라산 방향으로 펼쳐진 곶자왈(아래).

공동체정신 바탕 진화중… 마을경쟁력 괄목 성장 눈부셔
마을사업 위해 청년회·부녀회 합심
'무릉외갓집' 마을기업 우수마을
행정시 경계에 위치해 애로점도
올레·영어교육도시 등 발전 견인차
농산물가공공장·복지회관 등
마을미래 향한 주민들 노력 희망
귀농귀촌 통한 추가 활력소 절실




인향동, 좌기동, 평지동 3개의 동네를 합하여 이뤄진 마을이다. 설촌 역사가 가장 오래다는 인향동의 경우 1768년 도원리에서 중장리로 분리되었다고 전한다. 이 지역의 대부분은 대정현 시절에 국영목장 관리인들이 기거하던 목장지대였다. 마을 규모를 가지고 취락이 형성된 시기는 1830년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부에서 인구가 급속도로 이주하게 된 것은 조선왕조의 국영목장지대가 1910년 민유로 이관하게 되면서부터다. 왕조를 위해 말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던 곳에 사람이 들어와 농경지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동의 설촌 초기 인향동은 제주목 지역이었던 한림과 한경에서 대부분 이주하였고, 좌기동은 대정에서, 평지동은 한경과 모슬포 등지에서 이주하였다고 전한다. 전에 주거지가 달랐기 때문에 세시풍속도 현저하게 달랐으나 지금은 특이한 면이 거의 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동별로 청년회와 부녀회가 따로 있었으나 마을사업이라고 하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뭉치기 시작하면서 무릉2리는 하나의 마을회로 청년회와 부녀회 등이 합쳐졌다. 그 결과 리 단위 마을경쟁력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인향동 구낭물 앞에서 곡식을 말리는 노부부.

경력도 화려하다. 2006년부터 무릉도원 농어촌체험 휴양마을로 지정이 되더니 2007년 범죄없는 마을, 2008년 정보화마을, 2009년 생태우수마을로 지정이 되고 같은 해에 자립마을이 되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최근 '전국 마을기업 우수마을'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국적 평가를 이룩한 근저에는 무릉외갓집이라는 사업이 자리잡고 있다. 2009년 벤타코리아와 무릉리 사이에 협약을 통해 만들어진 제주농산물 회원제 배송 프로그램. 시골 외갓집에서 정성스럽게 싸주는 것처럼 따뜻한 마음을 담아 믿고 먹을 수 있는 마을기업 성격의 사업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 마을공동체적 일체감이 도농교류사업에서 하나의 자신감으로 작용하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한 무릉2리. 일을 통해 이뤄낸 화합과 단결은 가장 중요한 공공자산이 되어 있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제주공동체정신이 되살아나는 현장이다.

발전에 대한 저해요인도 있었다. 방치에 가까운 민생 현장이라고나 할까. 행정구역상 대정읍은 서귀포시와 제주시의 경계다. 무릉2리는 대정읍의 북쪽 끝에 위치한 마을. 한경면과 잇닿아 있는 관계로 주소지는 대정읍에 속하지만 경작지들을 한경면 지역에 보유하고 있는 농가가 많다. 배수시설과 농업용수 등 농사와 관련 된 민원을 들고 한경면에 가서 하소연하면 주소지인 대정읍으로 떠밀기 일쑤고, 대정읍에 가면 농업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농경지가 있는 한경면으로 가보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행정시와 행정시의 접경지역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면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에서 분명한 업무규정을 마련해야 함에도 행정시의 일이라고 발뺌하는 것은 아닐까. 김정언 이장은 제주어로 '복창 되싸진다'고 했다.

무릉도원학당 제주어교실.

한라산 방향에 방대한 곶자왈이 펼쳐져 있고, 인근에 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서 있으며, 올레코스 3개가 교차하는 마을이다. 그만큼 마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농외소득에 일찍 눈뜬 마을답게 체험프로그램이라고 하는 부가가치 창출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요즘엔 누룩체험이라고 하는 분야를 통하여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을회 소속 체험사무장이라는 직책이 있을 정도다.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김윤우 사무장은 '장기적으로 우리 마을에 머물면서 체험을 통한 힐링을 유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제적 낙수효과에 전략적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틀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애향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도전과제들 앞에서 낙관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무릉2리 주민들이 존경스럽다고도 했다.

김정언 무릉2리장

30년 뒤 무릉2리의 모습을 묻는다는 것은 지극히 구체화된 꿈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성소 노인회장은 대정읍에서 제일 큰 농산물가공공장이 들어서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평소에 농산물 가격파동이 발생하면 자식같은 농산물을 갈아엎는 경우를 보면서 느낀 울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꿈은 현실의 가장 직접적인 반영이다.

현옥춘 부녀회장은 꿈꾼다. 경조사 등을 부녀회 차원에서 처리할 수 있는 복지회관을 만들어 수익이 발생하면 그 돈을 모아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다. 한경면과 대정읍 사람들이 찾아와 생필품을 사고 가는 제주에서 제일 큰 대형마트가 부녀회 사업으로 펼쳐질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얻은 수익을 마을주민 복지를 위해 쓰고 싶은 욕심. 주변에 영어교육도시까지 있어서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무릉2리의 오늘이 있게 한 살림꾼들의 포부가 다부지다. 김창희 노인회장이 꿈꾸는 무릉2리만 운행하는 마을버스. 농촌인구의 급속한 노령화가 현실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행정에서 나서면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농번기의 인력난은 가장 심각한 농촌현실이다. 무릉2리도 예외는 아니다. 대폭적인 농업기계화를 이야기하지만 기계로 할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서 농촌에 귀농인구 유입이 필수적이다. 귀농귀촌기금 같은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토대 마련을 위해 무릉2리의 꿈은 달려가고 있었다. 34세 아들을 둔 김정언 이장의 경우 10년 이내에 마을로 불러들이기 위해 농업만 가지고 불가능 하다고 한다. 관광 관련 사업들과 병행하여 준비를 해두고 싶다고 했다. 마을공동체의 영속성은 결국 후손들의 몫이기에 그들의 귀향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고민하는 마을이다. 김승보 청년회장은 주장한다. "도서관을 포함한 놀이시설이 절실하다." 그것도 도시지역의 시설보다 월등하게 좋은 놀이공간. 엄마 아빠가 모두 밭으로 나간 사이에 아이들을 돌봐줄 마을공동체 시스템이 멋있게 작동된다면 무릉2리의 미래는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기에 그렇다. 무릉도원학당 현판에 '제주어교실'이라고 적어놓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제주어를 가르치는 할아버지들이 있었다. 모든 경쟁력의 발원지는 정체성에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실천하는 마을이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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