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김영한 씨앤블루 카페 대표(제주커피연구소장)

[제주愛 빠지다]김영한 씨앤블루 카페 대표(제주커피연구소장)
제주서 커피 재배하며 제2의 인생 설계
  • 입력 : 2014. 02.21(금) 00:00
  • 강봄 기자 spri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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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농부이자 바리스타인 김영한 대표와 이혜경 부부. 김 대표에 따르면 아내는 2년여 동안 제주에 적응하느라 무척이나 힘들었단다. 하지만 지금은 사진에서 처럼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고 귀띔했다. 강희만기자

대기업 임원 등 화려한 경력 내려놓고
커피 농부로 변신 제주명품 개발 도전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재배한다? 설마…. 대부분 고개를 가로 저을지 모르지만 있다. 그런 곳이. 그것도 이곳 제주 땅에.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자락에 위치한 씨앤블루 카페 대표인 김영한(66)씨. 그는 바리스타이자 커피 농부다. 제주커피연구소장이기도 하다.

자칭 커피 농부라는 김 대표는 '농부'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그 경력이 화려하다.

삼성전자 임원(컴퓨터사업부 이사) 출신인 그는 40대에 사표를 내고 국내 대기업 등에서 창조 마케팅 교육을 담당하는 경영 컨설턴트로 나섰다. 이후 50대에는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또 그는 '총각네 야채가게', '스티브 잡스처럼 생각하라',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 등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자기 나이 만큼의 책을 펴낼 만큼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해오고 있다.

남들의 시기 어린 부러움을 살 정도의 명예와 부를 누렸던 그가 모든 걸 내려놓고 2011년 돌연 발걸음을 제주로 돌렸다. 노후 생활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생소한 곳에서 제2의 인생 설계에 나선 것이다.

하필 왜 그곳이 제주냐는 물음에 그는 청정 자연이 존재하는 제주가 삶에 또다른 기회를 줄 거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자신감 하나로 패기 있게 제주에 온 그는 사업 실패라는 고배의 쓴잔을 마시고 만다.

이후 절치부심 끝에 지금의 카페를 차린 김 대표는 손님들에게 커피를 내주다 '제주에서 직접 재배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한다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젖었다.

"앞으로 커피도 감귤, 흑돼지, 조랑말 등 처럼 제주 명품으로 거듭나지 않겠습니까."

그는 집념 어린 끈질긴 연구 끝에 '하와이안 코나' 품종을 들여와 편백나무 통에 숙성하는 발효기법으로 '제주 몬순', '한라 자바' 등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카페는 그에게 있어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닌, 연구실 겸 자신이 직접 개발한 커피를 손님들에게 선보이는 맛보기 장소와도 같다.

특히 그는 올해 남들이 어렵다고 여겼던 제주에서의 커피 재배에 성공했다. 겨우내 커피나무가 동사를 이겨낸 것이다.

"겨울철 커피나무가 동사를 피하는 게 가장 큰 관건이었어요."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커피와 관련된 책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그 결과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커피를 찾아냈다. 네팔의 '히말라야 빈'이었다. 자라는 곳이 제주와 위도가 비슷했다. 네팔 교민, 산악인 등 인맥을 총동원해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에 사는 커피를 알아낸 것이다.

김 대표는 제주 정착의 꿈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타잔 아시죠? 그가 나무 숲 사이로 앞으로 나아갈 때 앞에 있는 줄을 붙잡으면 뒷줄은 놓잖아요. 타잔처럼 제주에 제대로 정착하려면 자신의 지난 경력은 모두 잊고 내려놓아야 합니다. 또 막연한 로망을 갖고 제주에 오기보다 뚜렷한 목표와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완전히 뿌리 내리지 못하고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실패하더라도 다음해, 또 다음해에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라는 김영한 대표. 그의 열정이 식지 않는 한 또다른 제주 명품이 탄생할 것이다. 청정 제주산 커피를 집에서 로스팅(Roasting·생두(Green Bean)에 열을 가하여 볶는 것으로 커피 특유의 맛과 향을 생성하는 공정)해 마시는 내 자신을 꿈꿔 본다. 코 끝으로 그윽한 커피 향이 살포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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